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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신록의 계절에....

우산이 없던 시절의 추억, 우산나물

 

우산나물

Syneilesis palmata (Thunb.) Maxim.

 

숲속에 나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60~90cm.

줄기는 곧게 서고, 잎은 지름 35~40cm로 찢어진 우산 모양이다.

7~9월 개화. 어린잎을 식용한다.

한국(전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대청우산나물, 삿갓나물, 섬우산나물

 

 

 

 

 

신록의 숲속에는 우산모양을 한 풀들이 자란다.

생긴 모양 그대로 이름도 우산나물이다.

 

요즘 우산이야 삼단으로 접어서 손가방에 넣고 다닐 수도 있지만

우산을 작게 만들지 못했던 옛날에는 무거운 우산을 받쳐 주는

시종들을 거느릴 수 있는 임금님이나 고관대작들이 쓰던 물건이었다.

우산이나 양산을 뜻하는 상형문자 ‘산(傘)’은 얼마나 무겁게 생겼는가.

또한, 보호를 받는 어떤 세력의 그늘을 ‘산하(傘下)’라고 표현하는 것은

우산이 상당한 지배 권력을 상징하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비오는 날 외출하는 옛날 사람들은 삿갓을 쓰고 다녔고

농부들은 볏짚을 엮어 만든 도롱이를 등에 두르고 논밭에 나갔으니,

우산나물이라는 이름은 개화문명이 들어온 다음에 생겼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지방에서는 ‘삿갓나물’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옛날에는 삿갓이 우산 역할을 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근대 이전에는 우산나물을 ‘토아산(兎兒傘)’이라고 불렀던 듯하다.

보통 사람은 양산이나 우산을 구경하기도 어려우니까,

토끼 새끼에게나 그 우산을 씌워 준 모양이다. 

 

1960년대만 해도 농촌에서는 우산이 있는 집이 거의 없었다.

비가 오면 아이들은 비료포대 한 쪽을 갈라서 뒤집어쓰고 학교에 갔다.

비가 많이 와서 시냇물이 징검다리를 넘으면

물 건너 물레방아집 아저씨가 아이들을 업어서 건너 주었고,

큰물이지면 물이 빠질 때까지 며칠이고 학교에 가지 못했다.

어른들은 도롱이를 둘러쓰고 논두렁만 살피고 나서는 종일 쉬었다.

 

우산나물은 늦여름에 우산 위에 긴 꽃대를 올려 연분홍색 꽃을 피운다.

그 때가 되면 센 바람에 뒤집어진 우산처럼 되고 만다.

나는 비오는 날의 이런저런 추억 때문에 오월의 우산나물을 좋아한다.

그것은 우산에 대한 추억이 아니라 우산이 없었던 시대의 추억이다.

 

농경시대에는 비오는 날이 일요일이자 공휴일이었다.

침침하고 퀴퀴한 초가집 작은 방안이었지만 고단한 농사일을 잠시 쉬며

친구들이나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웃음꽃을 피우는 날이었다.

비오는 날이 휴일이 되었던 그 유장한 삶의 시대가 새삼 그립다.

 

 

2013. 3. 17.

꽃 이야기 204.

 

 

 

 

애기우산나물

Syneilesis aconitifolia (Bunge) Maxim.

 

주로 깊은 산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60~90cm.

잎이 두 장씩 나며 손바닥 모양으로, 우산나물보다

깊고 가늘게 두 차례 갈라지고 잎가의 톱니도 크다.

7~8월 개화. 어린순을 식용한다.

한국(전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애기삿갓나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