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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그 곳에만 피는 꽃

성주풀은 어디에서 왔을까?

 

성주풀

Centranthera cochinchinensis var. lutea (Hara) Hara

 

습한 풀밭에 나는 현삼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20~40cm.

잎은 마주나며, 잎자루가 없고 길이 2~5cm.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8~9월 개화. 꽃은 연한 노란색, 직경 10mm, 길이 15~20mm가량.

한국(진도, 제주도), 동아시아의 열대 및 온난대 지역에 분포한다.

[이명] 가시나물, 나도깨풀

 

 

 

 

 

 

성주풀은 우리나라 서남해안의 섬에서 드물게 볼 수 있는 풀이다.

경북 성주(星州)에서 처음 발견되어 '성주풀'이 되었다는 이풀은,

옛 문헌에는 나와 있지 않고 1974년에 처음 등장한 이름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표본은 1976년에 성주 부근에서 채집되었다.

 

그 후 성주에서 이 풀이 목격되었다는 기록이 없는 반면,

요즘에는 전라남도의 섬과 제주도에서 어렵게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귀식물로도 지정하지 않은 걸 보면

이 식물은 원래 우리나라에서 살던 풀이 아니라 60~70년대에

어떤 경로로 국내에 들어왔으리라 짐작된다.

 

‘성주풀’의 종소명 ‘cochinchinesis'는 오늘날 베트남 남부지방을 말하는

코친차이나(cochinchina)산(産)이란 뜻이며 '교지지나(交指支那)'라고도 한다.

우리나라는 베트남 전쟁이 발발했을 때 미국의 요청으로

1965년부터 1973년 까지 장병 34만여 명을 파병했다.

 

 

 

그렇다면 이 풀의 유입 경로를 다음과 같이 추측할 수 있다.

원래 이 풀은 베트남의 남부지방에서 살고 있었던 풀인데,

베트남에 파병되었다가 임무를 마치고 귀국한 장병들의

화물에 이 식물의 씨앗이 묻어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

 

그 중에 경상도 성주에 도착한 어느 화물에 묻어온 씨앗이

이듬해 싹을 틔워 몇 해 동안 그 지역에서 번식을 했고,

어느 식물학자의 눈에 띄어 ‘성주풀’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러나 그 후에 몇 번의 추운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그 지방에서는 더 이상 살아남지 못했을 수도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한 서남해안지방으로 도착한

화물에 묻어온 씨앗은 살아남았다고 추측할 수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체계적으로 식물학을 공부하지 못한

아마추어의 무지한 추측으로 꾸며본 소설일 따름이다.

 

누군가가 농담 삼아 '월남에서 수분 곤충을 데려오지 못해서

국내에서 제대로 번식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요?' 라는 말을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성주풀의 꽃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자의 얼굴이 보인다.

그런 특별한 모양에는 그에 맞는 곤충이 따로 있을 법도 하다.

 

 

2010. 9월. 꽃 이야기 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