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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아지랭이피는 들녁

봄맞이의 대표로 뽑힌 꽃

 

봄맞이

Androsace umbellata (Lour.) Merr.

 

들에 나는 앵초과의 한두해살이풀. 높이 10cm 가량.

잎은 모두 뿌리에서 나오며, 반원형으로 톱니가 있다.

4~5월 개화. 5~10cm의 꽃줄기 끝에 4~10송이가 달린다.

한국(전역), 일본, 중국, 인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봄맞이꽃, 봄마지꽃

 

 

 

 

 

봄이 되면 갖가지 꽃들이 봄맞이를 하러 나온다.

그 중에는 ‘봄맞이’라는 이름이 붙은 꽃도 있다.

이른 봄꽃들보다는 한 달이나 늦게 피는 꽃이

봄맞이라는 이름을 얻은 일이 미심쩍기 짝이 없다. 

 

너무 이른 봄꽃들은 아직 봄도 아닌데 설쳐댄다고

‘봄맞이’로 인정받지 못했을까도 생각해보았지만,

나는 봄맞이의 하얀 꽃에서 실마리를 찾아보았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흰옷을 즐겨 입었던 백의민족이다.

그것은 근세의 기록사진 몇 장만 보더라도 금방 알 수 있다.

옛날에 색깔이 있는 옷은 궁중 의상, 관복, 기생이나 무당의 옷,

그리고 부잣집 사람들이나 입을 수 있었던 비단옷 정도였다.

19세기 말에 우리나라에 양복이 들어왔지만, 시골 사람들이

입을 수 있기까지는 자그마치 칠팔십 년이나 걸렸다.

 

옛날 부모님의 결혼기념사진과 할머니의 회갑잔치 사진을 보더라도

수십 명 정도의 하객들 거의가 흰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고,

양복을 입은 사람이 두어 명 쌀밥에 콩알처럼 끼어있었다.

흰 두루마기가 수백 년 동안 한국인들의 정장이었던 것이다.

 

평소에 백성들은 누런 베옷을 입고 농사를 지었고,

그나마도 땀에 찌든 때와 흙과 거름색이 짙게 배어있었다.

봄이 와서 나들이도 가고 싶어도 농사일에 바빠서 그럴 틈이 없다.

그 무렵에 밭둑에서 하얗게 피는 꽃들이 바로 봄맞이다.

 

 

포르스름한 빛이 도는 옥양목을 닮은 꽃들이

봄나들이나 잔칫집이라도 가자는 듯 유혹을 한다.

농사일에 하루해가 짧은 농부는 이 꽃을 대신 보낸다. 

 

수백 년 동안 오직 흰 옷을 고집했던 조상들은

노랑, 분홍, 파란색 온갖 봄꽃들을 다 제쳐두고

이 하얗고 어여쁜 꽃에게 봄맞이를 보낸 듯하다.

 

 

2010. 3. 16.에 쓴 글을 2013. 3. 21.에 고쳐 쓰다.

꽃 이야기 212

 

 

 

 

 

 

애기봄맞이

Androsace filiformis Retz.

 

들의 습지에 나는 한해살이풀. 높이 15cm 가량.

전체에 털이 거의 없고, 잎은 뿌리에서 뭉쳐난다.

4~8월 개화. 꽃줄기에 많은 꽃이 산형화서로 달리고,

꽃자루의 길이는 1~6cm 정도다.

한국(전역), 중국 동북 지방, 시베리아, 유럽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애기봄마지, 애기봄맞이꽃

 

 

 

 

금강봄맞이

Androsace cortusaefolia Nakai

 

높은 산 암벽의 그늘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8cm 가량.

잎은 모두 뿌리에서 뭉쳐난다. 둥근 콩팥 모양이다.

6월 개화. 길이 7~12cm의 꽃줄기 끝에 산형화서로 달린다.

한국 특산. 설악산, 금강산의 높은 지대에 자란다.

[이명] 금강봄마지, 금강봄맞이꽃

 

 

 

 

 

고산봄맞이

Androsace lehmanniana Spreng.

 

높은 산의 건조한 곳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7cm가량.

잎은 밀생하여 층을 이루고, 표면에 길고 흰 털이 난다.

6~7월 개화. 3~7cm의 꽃줄기 끝에 우산모양꽃차례로 달린다.

한국(북부), 일본, 중국 북부, 알래스카, 유럽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백두산봄마지, 큰산봄맞이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