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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아지랭이피는 들녁

무덤가에 슬피 우는 여인, 애기풀

 

 

애기풀

Polygala japonica Houtt.

 

산의 풀밭에 나는 원지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20cm 가량.

전체에 잔털이 퍼져 있고, 뿌리는 가늘고 길며, 단단하다.

줄기는 밑동에서 여러 개가 나오며, 잎은 계란모양이다.

4~5월 개화. 잎, 줄기와 뿌리 말린 것을 약용한다.

한국,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아기풀, 영신초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苛政猛於虎)'

춘추시대 말엽의 노(魯)나라의 정치를 빗댄 표현으로,

예기(禮記) 단궁(檀弓)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공자는 이런 노나라를 떠나 제나라로 가던 중에

초라한 무덤 곁에 앉아 슬피 우는 여인을 만났다.

그녀는 시아버지, 남편, 아들이 모두 호랑이에게 잡혀먹어서

산중에서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고 했다.

공자가 '그렇다면 이곳을 떠나서 사는 것이 어떠냐.'고 묻자

여인은 '여기서 사는 것이 차라리 낫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면

무거운 세금 때문에 그나마 살 수조차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아무것도 없는 사람에게도 세금을 매겼다고 짐작이 되는 대목이다.

이에 공자가 선정의 중요함을 일깨운 말이 ‘苛政猛於虎’이다.

 

‘가렴주구(苛斂誅求’)라는 말도 가혹한 정치를 일컫는 말이다.

‘苛政猛於虎’나 ‘苛斂誅求’라는 말에서 모질다는 뜻으로 쓰인

‘苛’자는 원래 애기풀의 싹을 뜻하는 글자라고 한다.

작고 귀여운 애기풀 싹이 가혹하고 모질 리가 없는데

무슨 연유로 이런 구절에 애기풀이 끼어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한방에서는 애기풀을 과자금(瓜子金)이나 원지(遠志)라고 한다.

그 성질이 매우 쓰고 맵다고 하니 애기풀 싹이라는 본래의 뜻에

가혹하거나 모질다는 의미가 더하여졌을는지는 모르겠다.

 

애기풀은 이름대로 애기처럼 작고 어여쁜 풀이다.

누구라도 이 풀을 보면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사실 이 이름은 일본명 ‘히메하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일본어로 ‘히메(ひめ)’는 젊은 여자나 소녀를 일컫는 애칭으로서

우리나라의 ‘아가씨’나 며느리의 애칭인 ‘애기’와 비슷하다.

일본말 ‘하기(はぎ)’는 싸리라는 뜻이므로 이 식물이

‘계집아이처럼 귀엽고 예쁜 싸리’라는 뜻의 이름이다.

 

애기풀은 무덤가 풀밭에서 흔히 자라는 풀이다.

뿌리와 줄기가 깊고 질겨서 뽑거나 뜯어내기가 어렵다.

수천 년 변함없는 ‘가렴주구’의 역사도 그만큼 질기다.

애기풀을 보노라면 그 옛날 공자님이 만났다는,

무덤가에서 슬피 울던 여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2013. 5. 11. 꽃 이야기 249.

 

 

 

 

 

두메애기풀

Polygala sibirica L.

 

높은 산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20~30cm.

애기풀과 비슷하나 잎이 길쭉한 타원형이다.

7~8월 개화. 한국(고산 지대), 중국, 몽골, 시베리아

유럽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두메영신초, 조선영신초

 

 

 

 

 

원지

Polygala tenuifolia Willd.

 

산지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30cm 가량.

뿌리가 굵고 길며 전체에 털이 거의 없고 잎은 솔잎처럼 가늘다.

5~7월 개화. 뿌리를 원지(遠志)라고 하며 약용한다.

한국, 중국 동북지방,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실영신초, 아기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