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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아지랭이피는 들녁

구슬붕이가 무엇일까?

 

구슬붕이

Gentiana squarrosa Ledeb. var. squarrosa

 

들에 나는 용담과의 두해살이풀. 높이 3~8cm.

줄기가 많이 퍼져 나며 줄기 끝마다 꽃이 달린다.

4~8월 개화. 하늘색 또는 연보라색 꽃이 핀다.

한국을 포함, 아시아 지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이명] 구슬봉이(북한명), 구실봉이, 민구슬붕이

 

 

 

 

 

 

겨우내 얼었던 땅이 새봄의 팡파르를 울린다.

풀밭에 무릎을 굽히면 하늘색의 작은 나팔들이 보인다.

그 작은 나팔들은 ‘구슬붕이’라는 이름의 꽃이다.

 

이 꽃은 크기와 모양이 골프티를 많이 닮았다.

골프를 별로 즐기지 않는 내가 골프티를 생각해낸 것은

이 꽃의 이름이 ‘구슬붕이’기 때문이다.

골프티에 공을 올려놓고 골프채를 휘둘러 날려 보내듯이,

이 꽃은 구슬을 올려놓기에 참 좋은 모양을 하고 있다.

 

(구슬붕이) 

내가 어릴 적에는 ‘장난감’이라는 말을 듣지 못하고 자랐다.

골목과 들판과 산과 냇가에 널린 모든 것이 놀꺼리였다.

몇 가지 들풀만 가지고 놀아도 한 나절이 금방 지나갔었다.

제비꽃 씨앗으로 이밥 보리밥 차리고 돌나물로 김치를 만들었고,

토끼풀 마주 엮어 반지나 팔찌, 시계를 만들어 차고 다녔다.

물오른 버들가지로 버들피리 만들어 빽빽 불고 다녔고,

아까시 잎을 들고 가위바위보로 먼저 떨구기 내기도 했다.

냇가에서는 골풀로 조리를 만들거나 물레방아를 만들어 놀고,

여뀌를 짓이겨서 물고기를 잡기도 했었다.

 

어린 시절 고향에서 이 꽃을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이 풀도 뭔가 놀이를 하기에 좋은 모양을 하고 있다.

'붕이'라는 말에서 자연스레 무너질 '붕'(崩)자가 떠오른다.

구슬을 올려놓고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떨어뜨린다든가,

가냘픈 꽃에 구슬을 누가 빨리 올리는가 하는

어떤 놀이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보았다.

 

 

(큰구슬붕이) 

그 위에 올려놓을 구슬도 산과 들에 얼마든지 널려 있었다.

가을에 빨갛게 익었던 청미래덩굴의 열매도 적당한 구슬이고,

구슬붕이와 같은 시기에 나오는 현호색의 뿌리도 구슬이다.

현호색은 뿌리가 동그래서 ‘땅구슬’이라고 부르는 지방도 있다.

모두가 구슬붕이에 올려놓기에 알맞은 크기와 무게의 구슬이다.

 

한 포기 꽃 앞에서 이런 저런 상상을 하고 있노라면

흡족한 답을 얻지 못하더라도 마냥 행복해진다.

내 놀던 옛 동산과 시냇가의 풍경이 그려지고,

코흘리개 동무들의 모습도 떠오르기 때문이다.

 

2013. 3. 20.

꽃 이야기 210.

 

 

 

 

 

큰구슬붕이

Gentiana zollingeri Faw.

 

산이나 들에 나는 두해살이풀. 높이 6~9cm.

구슬붕이보다 가지가 늦게 갈라져서 줄기 끝에 뭉쳐나고,

색깔은 보라색에 가깝다. 5~6월 개화.

한국(전역), 일본, 중국 동북 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큰구실붕이, 큰구슬봉이(북한명)

 

 

 

 

 

 

고산구슬붕이

Gentiana wootchliana W.K.Paik

 

해발 1000m 이상의 고지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

높이 5~11cm. 5~6월 개화. 꽃은 연보라 또는 흰색.

한국(한라산, 가야산)의 높은 산을 중심으로 분포한다.

[이명] 고산구슬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