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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아지랭이피는 들녁

개 풀 뜯어먹는 이야기, 깽깽이풀의 유래

 

깽깽이풀

Jeffersonia dubia (Maxim.) Benth. & Hook.f. ex Baker & S.Moore

 

산자락에 사는 매자나무과의 여러해살이풀.

땅 위 줄기가 없이 잎이 뭉쳐난다. 꽃대의 높이 20cm 정도.

4~5월 개화. 꽃잎은 6~8 장. 수술 8개와 암술 1개이며,

꽃밥이 보통 자주색이나 드물게 노란색 꽃밥만 있는 군락도 있다.

[이명] 깽이풀, 조황련, 황련

 

 

 

 

 

 

봄볕이 따뜻해지면 산과 들에 온갖 꽃들이 피어난다.

농부들은 밭 갈랴 씨 뿌리랴 거름 주랴 하루해가 짧기만 한데

밭두렁 저편 숲속에서 봄바람에 살랑대는 꽃은 한가롭기만 하다.

'깽깽이 같은 풀이로고...' 이 정황에서 이 풀의 유래설이 등장한다.

 

전통악기인 해금의 별명이 ‘깽깽이’인데, 이 풀의 열매가 해금 줄의

탄력을 조절하는 주아를 닮은 데서 ‘깽깽이풀’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

또, 농악을 이끄는 악기인 꽹가리를 어떤 지방에서는 ‘깽깽이’라고 하는데,

농민들이 힘든 농사철에 한가롭게 살랑거리는 이 풀에게

놀이판의 리더 격인 ‘깽깽이’의 이름을 붙였다는 설도 있다.

 

나는 이 꽃을 만나면 깨끼 한복이 먼저 떠오른다.

속살이 비칠 듯한  오동보라의 투명함이 깨끼 한복을 닮았다.

힘든 농사일에 땀에 찌들고 흙투성이가 된 베옷을 입은 아낙들은

깨끼옷 차려입고 봄나들이 하는 부잣집 처자들이 얼마나 부러웠을까.

깨끼는 깽깽이를 빨리 발음하다 보니 나온 말일는지도 모르겠다.

 

 

이 깽깽이풀의 이름에 대한 유래를 찾기가 쉽지 않다보니

인터넷에서는 억지로 꾸며 낸듯한 이야기들도 떠다니고 있다.

이를테면 ‘개가 이 풀을 먹으면 배가 아파서 깽깽거린다’라던가,

'개가 깽깽거릴 때 이 풀을 먹이면 낫는다'는 어설픈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개가 풀을 뜯어 먹는 것을 보았다는 사람도 더러 있다.

 

1999년부터 5년간 우리나라에서 동티모르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한 일이 있는데

그곳에 다녀온 젊은 병사들은 그들이 본 ‘동티모르의 4대 불가사의’를 꼽았다.

동티모르에서는 사람이 개를 줄 음식이 없어서 개가 풀을 뜯어먹고,

여자들은 피임을 몰라서 달거리가 없고, 차가 별로 없어서 신호등이 없으며,

공업생산품이 없기 때문에 쓰레기가 없다는 네 가지의 불가사의였다.

한국군 부대에서 쓰레기 덤프가 나가면 주민들이 몰려들어서

순식간에 흔적도 남지 않고 모든 쓰레기가 사라졌다고 했다.

 

그 젊은 군인들은 그러한 동티모르의 생활상을 ‘불가사의’로 보았다.

그들은 그것이 우리나라의 불과 반세기 전 모습이었음을 모른다.

우리나라에는 그 네 가지 불가사의가 사라지고 두 가지 불가사의가 생겼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가 요즘 들어 부자나라 행세를 하는 일이고,

젊은 세대들이 자기 부모 세대들이 겪은 고난과

그들이 이룩한 성취를 놀랍게도 모르는 불가사의다.

깽깽이 같은 녀석들이로고.....

 

 

2007. 5월.  꽃 이야기 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