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나물
Lamium amplexicaule L.
밭이나 길가에 나는 꿀풀과의 두해살이풀. 높이 10~30cm.
3~5월 개화. 남부 지방에서는 겨울에도 꽃을 피운다.
어린 식물체는 식용, 전초를 약용한다.
한국 및 북반구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이명] 긴잎광대수염, 작은잎꽃수염풀
이나가키 히데히로(稻垣秀宏)라는 사람이 쓴 "풀들의 전략"이라는 책에는
광대나물의 수분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꽃의 아랫입술에 있는 두 개의 붉은 반점이 꿀벌을 꽃잎으로 유도한다.
벌은 윗입술 천정의 유도선을 따라 꿀샘으로 깊숙이 들어가게 되는데,
이때 윗입술 끝에 있는 수술이 조용히 내려와 벌 등에 꽃가루를 묻힌다.
'나는 바보'라는 딱지를 친구 등에 몰래 붙이는 십대들의 장난처럼..."
내가 본 광대나물 꽃은 벌의 머리조차 들이밀 수 없을 만큼 작았는데
일본의 광대나물 꽃은 벌의 등까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큰 모양이다.
우리나라 광대나물은 대체로 꽃에 붉은 반점이 없는 편이고,
벌들이 없는 겨울에 폐쇄화 속에서 자가수분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아주 오랜 옛날에 우리나라에 건너온 광대나물이
어떤 일을 겪었을는지 상상을 해 보았다.
따뜻한 지방에서 철새들의 발가락에 붙어온 광대나물의 씨앗은
거름기 좋은 밭에 자리를 잡고 봄에 꽃망울을 맺었다.
이른 봄 농부가 쟁기로 밭을 갈아엎자,
뿌리가 뒤집혀 말라가고 꽃망울은 땅에 처박혀 숨이 막혔다.
벌과 나비가 만나기는커녕 꽃도 제대로 피우지 못했는데
그대로 허망하게 죽을 수 없었던 광대는 초능력을 발휘하여
미숙한 꽃 속에서 자가수분으로 씨앗을 만들었다.
천신만고 끝에 태어난 광대의 2세도 이듬해에 같은 운명에 처했다.
이런 일들이 수천 년 거듭되다보니 광대나물은 언제 갈아엎어지고
뽑혀나갈지 모르는 잡초의 숙명을 깨닫고 아주 이른 봄에 나와서
폐쇄화 속에서 서둘러 씨앗을 만들어 놓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애써 벌들을 초대해야 할 필요성도 줄어서
땡땡이 반점이 희미해지거나 아예 없는 꽃이 많아져갔다.
꽃도 점점 작아져서 벌보다는 훨씬 작은 등에가 더 많이 왔다.
세상의 모든 꽃들은 저마다 수백 수십만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겨우 몇 년을 유심히 관찰한다고 해서 그 긴 역사를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유쾌한 자연사 탐험이 된다.
광대나물과 인간은 수천 년 전부터 뽑고 뽑히며 싸워왔는데
해마다 지천으로 피어나니 인간이 저 작은 꽃들보다 현명한 것일까?
2013. 8. 24. 꽃 이야기 297.
자주광대나물
Lamium purpureum L.
밭이나 길가에 나는 두해살이풀. 높이 10~20cm.
이른 봄에는 전체가 자주색이나 점차 녹색으로 변한다.
3~5월 개화. 유라시아 원산의 외래식물로 우리나라에 귀화.
남부지방에 흔하며 광대나물에 비해 우점현상을 보인다.
유럽광대나물
Lamium purpureum var. hybridum (Vill.) Vill.
잎은 자주광대나물을, 꽃은 광대나물을 닮았다.
필자가 2010년 봄 정읍과 고창일대에서 들꽃 탐사를 하다가
발견해서 학자들에게 제보하였더니 국내 미기록종으로 밝혀져
‘유럽광대나물’로 명명되어 식물분류학회지 42권 1호(2012년)에 소개되었다.
광대수염
Lamium album var. barbatum (Siebold & Zucc.) Franch. & Sav.
산지의 약간 그늘진 곳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30~60cm.
줄기는 네모지고, 털이 조금 있다. 잎은 마주나며 끝이 뾰족하다.
5월 개화. 어린순은 식용하고 꽃은 약용한다.
한국 및 북반구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이명] 꽃수염풀, 산광대
'꽃나들이 1 > 아지랭이피는 들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다지 (0) | 2013.09.25 |
---|---|
곤궁함이 묻어나는 이름 벼룩나물 (0) | 2013.08.25 |
무덤가에 슬피 우는 여인, 애기풀 (0) | 2013.05.11 |
봄맞이의 대표로 뽑힌 꽃 (0) | 2013.03.21 |
구슬붕이가 무엇일까? (0) | 2013.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