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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아지랭이피는 들녁

갈퀴의 죄를 대속하는 갈퀴의 형제들

 

살갈퀴

Vicia angustifolia var. segetilis (Thuill.) K.Koch.

 

밭과 들, 양지바른 산기슭에 나는 콩과의 한두해살이풀.

줄기 밑 부분이 많이 갈라져 60cm 정도 뻗는다.

4~5월 개화. 전초는 사료용, 씨는 식용한다.

한국 및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갈퀴는 요즈음은 거의 쓰지 않는 도구다.

옛날에는 낙엽이나 검불 같은 것을 긁어모으기 위해

대나무나 철사를 꼬부려 만든 중요한 생활 도구였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온 나라가 산에서 나무를 베어 땔감을 했다.

아주 멀고 높은 산을 빼고 마을 주변의 산은 누렇게 황폐했다.

6.25 전쟁이 끝나고 60년대 초반 쯤 나라가 정신을 차리자

나무를 베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기 시작했다.

 

마땅한 대체 연료도 없고 농촌에서는 연탄을 살 형편도 못되어서

가지치기와 낙엽을 긁어 때는 것 까지는 한동안 허용되었다.

그래도 어른들은 산에서 몰래 나무를 베었고 딱한 사정을 아는

순경이나 영림서 직원들은 적당히 눈을 감기도 했다.

 

 

아이들은 갈퀴로 솔잎이나 낙엽을 긁어 와서 땔감으로 썼다.

산의 영양이 되고 수분을 품어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켜야할

낙엽층을 긁어낸 것도 나무를 베는 것 못지않은 생태파괴였다.

산들은 그렇게 황폐해졌고 적은 비에도 벌건 피를 흘렸다.

 

그렇게 산을 할퀴던 갈퀴의 이름을 차용한 식물들이 있다.

꼭두서니류의 식물 중에서도 ‘갈퀴’가 들어간 이름이 더러 있지만

갈퀴의 모습을 제대로 닮은 식물들은 콩과 식물의 갈퀴들이다.

콩과 식물들은 다른 식물이나 물체를 감고 올라가기 위한  덩굴손이

갈퀴를 닮아서 무슨 갈퀴나 갈퀴덩굴이니 하는 이름이 붙었다.

 

살갈퀴는 이러한 갈퀴들 중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

이름이 좀 살벌하지만 실제로는 아주 귀엽고 부드러운 풀이다.

‘살갈퀴’의 앞머리에 붙은 ‘살’은 그 의미를 잘 모르겠으나

왠지 덩굴손이 가늘다는 느낌을 주는 이름이다.

 

(벳지)

산의 피부를 다 할퀴어낸 갈퀴의 죄를 대속하는 것인지

이름에 ‘갈퀴’가 들어간 식물들은 스스로 대지의 거름이 된다.

대체로 이들 콩과의 식물들은 비료의 주성분이 되는 질소를

공기에서 끌어다 땅 속에 고정시키는 재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멋모르고 솔잎과 낙엽을 긁어다 불을 땠던 나의 죄도

갈퀴들이 대속해주는 듯해서 늘 고마운 생각이 든다.

 

 

2013. 2. 26. 꽃 이야기 177.

 

 

*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나비나물속(Vicia)에 40여 종의 식물이 등록되어 있다.

그 동정 포인트가 매우 까다로와 여기에는 육안으로 식별이 쉬운 6종만 올렸다.

 

 

 

 

가는살갈퀴

Vicia angustifolia L. ex Reichard

 

여러해살이풀. 살갈퀴와 닮았으나 잎이 가늘고 길쭉하고

꽃은 오히려 큰 편이다. 4~5월 개화. 사료용으로 쓴다.

한국(중부 이남), 아시아, 유럽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가는갈퀴나물, 가는살말굴레(북한명), 산갈퀴, 좀산갈퀴

 

 

 

 

 

 

 

연리갈퀴

Vicia venosa (Willd.) Maxim.

 

산지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30~40cm.

다른 갈퀴나물과는 달리 줄기가 곧게 서는 모양으로 자란다.

5~7월 개화. 한국(전역), 중국 동북 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네잎갈퀴, 선나래갈퀴, 좁은네잎말굴레풀

 

 

 

 

 

벳지

Vicia villosa Roth

 

유럽 원산의 덩굴성 두해살이풀. 줄기 길이 1~2m.

전체에 털이 퍼져 밀생한다. 5~6월 개화.

유럽에서 사료용, 녹비용(綠肥用)으로 도입한 식물이다.

[이명] 털갈퀴덩굴, 털말굴레(북한명), 헤어리베치

* 갈퀴나물과 구별하기 어렵다.

 

 

 

 

 

노랑갈퀴

Vicia chosenensis Ohwi

 

깊은 산의 산기슭에서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80cm 가량. 6월 경 개화

한국 (중부 이북) 특산.

[이명] 노랑말굴레풀, 조선갈키나물, 조선말굴레(북한명), 참갈퀴덩굴

 

 

 

 

 

나비나물

Vicia unijuga A.Braun

 

 

산과 들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30~100cm.

마주나는 잎의 모양이 나비를 닮은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우리나라에는 10여 종의 나비나물이 있어 구별이 어렵다.

6~9월 개화. 어린잎은 식용한다.

한국(전역), 일본, 중국 동북 지방, 몽골 등지에 분포한다.

 

 

 

 

 

얼치기완두

Vicia tetrasperma (L.) Schreb.

 

산이나 들의 풀밭에 나는 덩굴성 두해살이풀.

30~60cm 정도의 덩굴을 뻗는다.

새완두와 살갈퀴의 중간 모양이므로 얼치기완두라고 한다.

5~6월 개화. 한국(남부), 아시아, 유럽 등지에 분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