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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여름과 가을사이

마타리와 마타하리

 

마타리

Patrinia scabiosaefolia Fisch. ex Trevir.

 

산과 들의 양지에 나는 마타리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60~150cm.

윗부분에서 가지를 치고 밑에서 새싹이 나와 자란다.

8~10월 개화. 어린 식물은 식용한다.

한국(전역), 동북아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가얌취, 가양취, 미역취

 

 

 

 

 

 

소녀가 산을 향해 달려갔다. 이번은 소년이 뒤따라 달리지 않았다.

그러고도 곧 소녀보다 더 많은 꽃을 꺾었다.

"이게 들국화, 이게 싸리꽃, 이게 도라지꽃...."

"도라지꽃이 이렇게 예쁠 줄은 몰랐네. 난 보랏빛이 좋아!...근데 이 양산같이 생긴 노란꽃이 머지?"

"마타리꽃"

소녀는 마타리꽃을 양산 받듯이 해보인다. 약간 상기된 얼굴에 살폿한 보조개를 떠올리며...

 

시골 소년과 도시 소녀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소설 ‘소나기’의 한 장면이었다.

사람들은 마타리하면 소나기에서 소녀가 양산 받듯이 한 마타리보다는

여간첩의 대명사인 ‘마타하리’를 먼저 연상하는 것 같다.

물론 마타리와 마타하리는 이름 외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

 

마타하리는 1차 세계대전 당시 파리의 사교무대였던 물랭루즈의 댄서였다.

독일은 파리 사교계의 중심에 있던 마타하리를 이용해서 첩보를 수집했지만,

실제로 그녀가 수집한 첩보는 사교계에 나도는 잡다한 소문 정도였었다.

프랑스는 그녀가 보낸 첩보가 군인 5만 명의 목숨과 같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프랑스 권력층은 그들의 갖가지 스캔들이 드러날 위기를 느낀 나머지

사형 집행을 서둘러 모든 냄새를 덮어버리려 했다는 후문이 있다.

 

마타리는 그 뿌리에서 된장 썩는 냄새가 나서 ‘패장’(敗醬)이라고도 하고,

이 고약한 냄새를 ‘맡았니’라고 하는데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또, 설거지한 물을 ‘마타리물’이라고도 하는 지방이 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밑에서 나는 냄새에서 그 이름이 왔을 개연성이 크다. 

 

 

우리 꽃이름 중에 ‘타리’나 ‘다리’라는 꼬리말이 붙은 것이 몇몇 있다.

이 이름들에서 ‘다리’라는 접미사는 ‘~을 닮은 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예컨대 솜다리는 솜을 닮은 꽃, 수수꽃다리는 수수꽃 닮은 꽃이라는 뜻이다.

‘마타리’는 키가 훤칠하니까 ‘말을 닮은 꽃’이라는 뜻으로

‘말(馬)+다리’가 변음 된 이름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마타리와 상관없는 마타하리 이야기를 잠깐 꺼냈던 까닭이 한 가지 있다.

마타 하리는 1876년 8월 7일, 네델란드에서 인도네시아계 부모로부터 태어났고

원래 이름은 마가레타 (Margaretha Geertruida Zelle) 였었다.

마타 하리(Mata Hari)라는 애칭은 인도네시아어로 ‘여명의 눈동자’란 뜻이다.

마타하리는 1917년 10월 15일에 총살형으로 삶을 마감했다.

 

마타리의 꽃은 8월 초에 피기 시작해서 10월 중순까지 피어있다.

이 꽃과 이름이 비슷한 마타하리도 8월초에 태어나 10월 중순에 사라져갔다.

마타리에서는 소나기의 소녀가 양산처럼 받치던 모습에

치명적으로 매력적이었던 한 여인의 비극이 겹쳐 나타난다.

 

 

2007. 10.에 쓴 글을 2013. 3. 18에 고쳐 쓰다.

꽃 이야기 206

 

 

 

 

 

 

금마타리

Patrinia saniculaefolia Hemsl.

 

높은 산지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30cm 가량.

줄기는 서고, 뿌리에서 나는 잎은 손바닥 모양이다.

줄기에서 나는 잎은 깃 모양으로 깊게 갈라진다.

6~7월 개화. 한국 특산 식물이다.

[이명] 향마타리

 

 

 

 

 

뚝갈

Patrinia villosa (Thunb.) Juss.

 

산이나 들의 양지바른 곳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m 가량. 전체 모양이 마타리와 닮았으나,

털이 많고 꽃이 흰색이다.

7~8월 개화. 어린잎을 식용한다.

한국(전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뚝깔, 뚜깔, 흰미역취

 

 

 

* 마타리와 뚝갈이 섞여 자라는 곳에서는 자연교잡종이 나타난다. 아래 3장의 사진 좌로부터

마타리와 뚝갈이 섞여 자라는 모습(왼쪽),  가까이 촬영한 모습(가운데), 흰꽃과 노란 꽃이 반반씩 달린 자연교잡종.(오른쪽)

이 자연교잡종은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록되어 있지는 않으나, 항간에 '뚝마타리'로 회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