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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여름과 가을사이

암까치깨를 잃은 홀아비, 수까치깨

수까치깨

Corchoropsis tomentosa (Thunb.) Makino

 

산과 들에서 자라는 벽오동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60cm 내외.

전체에 털이 나 있고, 잎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다.

8∼9월 개화. 10개의 수술과 그 보다 긴 5개의 헛수술이 있다.

열매는 길이 3∼4cm로 털이 있고 3갈래로 갈라진다.

한국, 일본, 중국 동북부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민까치깨, 참까치깨, 푸른까치깨 등.

 

 

 

 

 

수까치깨는 늦여름에 노란 꽃이 피면 눈에 잘 띈다.

이런 꽃 이름은 한 마디 한 마디가 궁금증을 자아낸다.

앞에 붙은 ‘수’는 무슨 의미이며, 까치와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그리고 ‘깨’라니... 씨앗이 깨를 닮았는지, 깨맛이 나는지 궁금했다.

 

어느 가을에 남도의 꽃을 찾아 나섰다가

씨방을 맺은 수까치깨를 보고서 일단 ‘수’에 대한 의미는 알 듯하였다.

그 씨방은 길쭉하고 살짝 구부정한 오이 모양으로 하늘을 향해

머리를 쳐들고 있어서 한 눈에도 수컷의 몸가락으로 보였다.

 

수까치깨의 이름을 추적하다가 알게 된 사실이지만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암까치깨(Corchoropsis intermedia Nakai)’가 등록되어 있다.

수목원자료에는 식물명과 그 미이라(1911년 채집, 강원대 소장)의

사진만 있을 뿐 어떤 설명도 없으니 사실상 멸종된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그로 미루어보아도 수까치깨의 ‘수’는 수컷의 의미인 듯하다.  

 

 

‘수까치깨’는『한국식물명의 유래』(이우철, 2005)에 의하면 

‘가라수노고마’(カラスノゴマ)라는 일명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를 직역하면 ‘까마귀의 깨’이니 일명의 의역인 셈이다.

 

이 이름이 일명에서 나왔다고 해도 여전히 궁금증이 남는다.

일본에서는 '까마귀'가 먹는 깨고 우리나라에서는 '까치'가 먹는 건가?

이 식물이 귀화식물도 아닌데 원래 우리나라의 이름은 무엇이었을까?

여러 가지 석연치 않은 의문이 꼬리를 물고 생겨났다.

 

근거는 모르겠지만 ‘까치깨’는 ‘가짜 깨’라는 설이 더 솔깃하다.

우리말에 까치가 접두사로 쓰일 때는 ‘이르다’, 또는 ‘가짜’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고, 두 가지 의미를 다 포함해서 쓰는 경우도 많다.

이를테면 ‘까치설날’은 ‘이른 설날’도 되고 ‘가짜 설날’도 된다.

수까치깨는 길쭉한 씨방 속에 깨알 같은 씨앗을 만들므로

아무래도 ‘가짜 깨’ 유래설이 그럴싸하게 받아들여진다.

 

가을에는 까치가 정말 이 열매를 먹는지 유심히 봐야겠다.

전혀 살림에 보탬이 되지 않을 일이지만

나는 자연 속에서 볼일이 너무 많아 탈이다.

 

 

2013. 3. 1. 꽃 이야기 182

 

 

 

 

까치깨

Corchoropsis psilocarpa Harms & Loes.

 

산과 들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 높이 30~90cm.

6∼8월 개화. 수까치깨에 비해 꽃이 작고 암술머리가 붉으며,

꽃받침이 뒤로 젖혀지지 않는 차이가 있다.

열매의 길이는 2cm 정도이고 털이 없다.

한국 전역과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불암초

Melochia corchorifolia L.
 

남부의 바닷가나 산언저리에 나는 벽오동과의 한해살이풀.

7~9월 개화. 가지끝에 머리모양꽃차례로 달린다.

 

열대식물로 한국(남해안, 경기), 일보, 타이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길뚝아욱, 들아욱

 

 

 

 

고슴도치풀

Triumfetta japonica Makino

 

들이나 황무지에 자라는 피나무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50cm 가량.

자세히 보지 않으면 수까치깨와 전초의 모습이 비슷하다.

8∼9월 개화. 꽃잎은 5개로 달걀 모양 긴 타원형이고 수술은 10개이다.

열매에 갈고리 같은 가시가 있어 다른 물체에 잘 붙는다.

고슴도치풀이란 이 열매의 모습에서 유래했을 것이다.

한국(중부 이남), 일본, 남북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피나무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