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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여름과 가을사이

사라진 빈대, 남은 땅빈대

 

큰땅빈대

Euphorbia maculata L.

 

들의 풀밭에 나는 대극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20~30cm.

줄기는 비스듬히 서서 자라며 잎은 마주 난다.

8~9월 개화. 술잔모양 꽃차례(杯狀花序)로 꽃이 핀다.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한국 전역에 분포한다.

[이명] 애기땅빈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을 들으면, 빈대는 밉지만 없애기 어렵고,

이것을 잡으려고 무언가 태우다가 불이 번져

집을 태웠던 일도 있었을 법하다는 생각도 든다.

 

빈대는 집 안에 살면서 밤에 나와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병균을 옮기며 악취를 내는 아주 혐오스러운 벌레였다.

보통 때는 길이 5mm 정도의 작고 납작한 비닐봉투 모양인데,

피를 빨고 나면 몸통이 통통하게 부풀고 자주색으로 변한다.

 

지봉유설에는 부평(浮萍, 개구리밥)을 태워 그 연기로 빈대를 잡는다고 했고,

어떤 책에서는 지네와 거미를 꿩의 깃털과 함께 태우면 없어진다고 하였으니,

이런 방법으로 빈대를 잡으려다가 집을 통째로 태워버렸을 개연성이 있다.

과학적인 방법인지, 주술적인 처방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것들이 타는 연기가 빈대에게는 독가스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

 

(큰땅빈대) 

식물 중에는 땅빈대, 애기땅빈대, 큰땅빈대가 있다.

이 식물들은 잎 가운데에 짙은 자주색 반점이 있어서,

피를 빨아먹고 자주색이 된 빈대를 닮았다.

‘빈대’ 앞의 ‘땅’은 빈대처럼 집안에 살지 않고

땅을 기면서 사는 식물이라는 뜻으로 쓴 접두사 같다.

이들 중에 큰땅빈대는 반점이 없는 것이 많고 줄기가 서서 자란다.

 

땅빈대와 애기땅빈대는 개미가 수분을 해준다고 한다.

개미는 먹이를 얻으면 다른 꽃에 들르지 않고 바로 집으로 운반하는

습성이 있어서 대체로 수분곤충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땅빈대는 꽃을 개미들이 다니는 땅바닥에 늘어놓아서

개미가 밟고 지나가면 수분이 되는 보기 드문 식물이다.

이들의 꽃은 작지만 대극과 식물의 정교한 꽃차례를 가지고 있다.

눈길 주지 않는 땅바닥에도 조물주의 놀라운 세공이 널려 있다. 

 

인간은 빈대와 수천 년을 싸워오다가 20세기 중반에 와서야

이와 벼룩 같은 해충들과 함께 빈대를 몰아냈다.

과학의 힘을 빌어서 거둔 초라한 승리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도 빈대는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버젓이 살아 있다.

빈대처럼 납작한 빈대떡이 서울 한복판에서도 수없이 나오고,

‘빈대 붙는다’, ‘빈대도 낯짝이 있다’라는 속담도 흔히 쓰이는 걸 보면,

빈대는 사라졌지만 빈대를 닮은 사람들은 많은 모양이다.

 

2013. 4. 21. 꽃이야기 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