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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제주도와 울릉도

부처의 가르침을 전하는 버어먼초

 

버어먼초

Burmannia cryptopetala Makino

 

 

제주도의 숲 그늘에 사는 부생식물. 높이 5~12cm.

줄기는 곧게 서고, 잎은 길이 3~4mm, 끝이 뾰족한 비늘 모양이다.

8~9월 개화. 꽃의 상부는 노란색, 꽃자루는 짧으며 날개가 있다.

한국(제주도),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석장(錫杖)

 

 

 

 

 

나뭇잎 사이로 태양의 은빛 화살이 마구 쏟아져서

 낙엽 숲속에 무더기로 꽂혀있었다.

제주도의 숲속에서 처음 본 버어먼초들의 첫인상이다.

 

버어먼초는 대체로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부생식물(腐生植物)이다.

부생식물은 동물의 사체나 썩은 낙엽에서 영양을 섭취하는 식물로

다른 식물의 뿌리나 줄기에서 영양을 가로채는 기생식물과는 다르다.

 

버어먼초는 속명이 'Burmannia'이고 열대 아시아에 분포하므로

요즈음은 미얀마라고 하는 버어마(Burma)에서 발견된 식물로 짐작이 된다.

버어먼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온난한 제주도가 북방한계선인 듯하다.

 

 

버어먼초는 스님의 지팡이를 닮아서 '석장(錫杖)'이라고도 한다.

석장은 그 윗부분을 주석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주석 '錫'자를 쓴다.

석장의 가운데 기둥은 나무로, 아래쪽은 상아나 뿔로 만들었으며,

머리에 작은 고리 여섯 개를 달아서 땅을 짚을 때마다 소리가 났다.

그 소리는 짐승들과 벌레들에게 피신할 여유를 주는 배려였고,

탁발할 때 이것을 흔들어서 시주들에게 알리기도 했다.

석장은 고리가 여섯 개 달려 있어서 육환장(六環杖)이라고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버어먼초가 자생하는 돈내코 계곡 부근은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이 흐르는 상록난대림 지역이다.

돈내코라는 지명은 '멧돼지들이 놀던 내(川)의 입구'라는 뜻이다.

제주도 말로 '돗'은 돼지를, '내'는 하천을, '코'는 입구를 의미하는데,

돗내코, 돗내코하고 부르다가 '돈내코'가 되었다고 한다.

 

 

대사의 석장, 버어먼초가 멧돼지가 출몰하는 곳에 산다고 하니

태조 이성계와 무학대사가 주고받았다는 선문답이 떠오른다.

태조가 '대사의 얼굴은 돼지를 닮았구려'라고 농을 했다.

무학은 '전하의 용안은 부처님을 닮았소이다'라고 받았다.

태조가 의아해서 그게 무슨 말씀이냐고 까닭을 물었더니

‘돼지의 눈에는 돼지가, 부처의 눈에는 부처가 보인다’고 답했다는 일화이다. 

 

버어먼초는 생물의 주검을 온전히 흙으로 돌려보내는 식물이다.

버어먼초를 보노라면 ‘윤회의 고리를 끊고 해탈을 하라’는

부처의 가르침이 석장의 모습처럼 명징하게 드러난다.

 

 

2010. 1. 4.  꽃 이야기 202.

 

 

 

 

 

 

애기버어먼초

Burmannia championii Thwaites

 

제주도의 숲속에 나는 작은 부생식물. 높이 1~2cm.

버어먼초와 같은 지역에 자란다.

버어먼초와 닮았으나 꽃이 여러 송이가 뭉쳐나고,

꽃에 날개가 달리지 않는다. 8월 개화.

한국(제주도),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등지에 분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