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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제주도와 울릉도

울릉도의 명이나물 이야기

 

울릉산마늘

Allium ochotense Prokh.

 

숲속에 나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40~60cm.

전체에서 강한 마늘 냄새가 난다.

5~7월 개화. 전초를 식용한다.

울릉도, 설악산, 지리산 등지와 북부지방에서 자란다.

[이명] 명이나물, 망부추, 맹이풀, 서수레, 얼룩산마늘

 

 

 

 

5월에 울릉도에 가면 명이나물이 한창이다.

성인봉을 오르내리는 길에 이 나물을 하는 주민들을 수십 명은 만나게 된다.

하산 길에 나물을 한 짐 지고 내려가는 아주머니에게 말을 건넸다.

 

“아지매, 그 나물 짐이 한 30킬로는 돼 보이네요.”

“아이래요, 27키로밖에 안 돼요.” (이 아지매는 걸어 다니는 저울인가 보다.)

“그러면 그거 팔면 얼마나 받나요?”

“한 30만원은 넘게 받지요.”

“매일 이만큼씩 나물을 뜯으세요?”

“비 오면 못 오고, 힘들어서도 날마다 못 오니더.

나물 허가를 한 달 보름 내주는데, 이래저래 보름은 놀아요.“

(가만 있자, 하루에 30만원씩 30일이면 900만원! 대단한 소득이다.)

 

“그런데 저 밑에 밭에서 명이나물 농사도 많이 짓던데,

왜 이렇게 힘들게 높은 산에 올라와서 나물을 하세요?”

“산나물하고, 밭에 키우는 나물이 우째 같능교? 아는 사람은 다 압니더.”

(그렇겠다. 산그늘에서 자란 나물이 더 부드럽고 향기가 좋을 테니까.)

 

(인디카 김윤영님 사진)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울릉도 사람들끼리 나누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2010년에 울릉도 오징어 매출이 72억 원이었는데,

명이나물의 매출이 그보다 많았을 거라고 한다.

체력이 좋은 남정네는 하루에 75만원씩 파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사람들의 대화는 극적인 반전을 한다.

“에고, 돈이 다 머꼬. 사람이 다 골빙이 드는데....”

“울 동네 영철이 알제. 가가 나물하다가 산에서 구불러가지고

하마 7년째 빙원에 누워 있잖나. 산(무덤)에 있는 게 차라리 낫제...“

“맞다 맞어. 돈 욕심에 니도 내도 죽기살기로 나물하고 나서는

전부 다 골빙들어가지고 빙원에 다 갖다 바친다 아이가..“

 

해발 984미터, 울릉도의 성인봉은 높고 가파른 산이다.

4월에는 산 밑에서 나물을 뜯다가, 오월쯤 정상 부근에 눈이 녹으면

산꼭대기의 비탈까지 올라가서 몸에 로프를 묶고 나물을 뜯어야 한다.

‘명이나물’이라는 이름은 옛날 춘궁기에 구황식물로

사람들의 명(命)을 이어주었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명이나물을 고마운 먹을거리로 생각하면 명을 길게 해주지만

나물이 나물로 보이지 않고 돈으로 보이면 명이 짧아질 수도 있다.

'네가 하루 동안 돌아온 땅을 다 주겠다' 했더니,

해 빠질 때 까지 쉬지 않고 뛰다가 죽었다는 우화가 생각난다.

욕심과 절제, 이 균형을 맞추기가 그렇게도 어려운 것인가?

 

 

2011. 7. 9.   꽃 이야기 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