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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제주도와 울릉도

제주도 수선화와 거문도 수선화

 

수선화

Narcissus tazetta var. chinensis Roem.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 꽃줄기의 높이 40~60cm.

2~3월 개화. 꽃줄기 끝에 5~6송이가 옆을 보며 달린다.

지중해 원산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원예용으로 재배하며,

제주도와 거문도에서는 야생에서 자란다.

[이명] 수선, 겹천수선화

* 좌측 사진은 금잔옥대(金盞玉臺)로 불리는 거문도 수선화

 

 

 

 

 

수선화는 보통 화단에 심어서 기르는 꽃이지만 

겨울이 따뜻한 제주도와 거문도에는 야생에서도 잘 자란다.

지중해가 고향인 이들이 언제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는 모른다.

수선화의 뿌리가 따뜻한 나라에서 해류를 타고 흘러 왔는지

어느 외로운 등대지기가 뿌리를 구해다가 심었는지도 모른다.

 

제주도에는 오래 전부터 수선화를 검질로 여길 정도로 흔했다.

추사는 제주도 유배시절에 수선화를 난으로 알고 즐겨 그렸고,

법정 스님은 한라산의 억새밭 구경을 하려고 제주도를 찾았다가

밭가에 농부들이 뽑아 버린 수선화 뿌리를 다섯 개를 거두어

강원도의 오두막에서 길렀더니 꽃이 피지 않더라는 글을 남겼다. 

 

(하멜의 배가 표류했던 해안에 핀 수선화)

 

거문도의 수선화는 해마다 2월 말이면 등대 아래 양지바른 비탈에서

백설공주가 긴 잠에서 깨어나듯이 화사하게 피어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거문도 등대는 1905년 4월부터 백 년 동안

불을 밝히다가 2006년에 새 등대가 세워지면서 박물관이 되었다.

 

제주도의 수선화들에게는 조금 미안한 얘기이지만

사람들은 거문도의 수선화가 훨씬 예쁘다고들 한다.

거문도의 수선화는 흔히 금잔옥대(金盞玉臺)라고들 한다.

꽃의 모양이 옥으로 만든 잔대 위에 놓인 금 술잔 같다는 칭찬이다.

그런데 제주도의 수선화에는 그 금잔이 갈래갈래 찢어져 있다.

이 두 지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이어서 기후도 다르지 않은데,

꽃의 모습이 그렇게 다른 까닭이 꽤나 궁금했다.

 

(거문도 등대 아래에 핀 수선화)

 

제주도에는 1653년에 일본의 나카사키로 가던 하멜 일행이 표류했다.

그 배가 무역선이었으므로 네델란드 수선화의 뿌리가 실려 있었을는지도 모른다.

거문도에는 19세기 말에 러시아의 남진을 저지한다는 핑계로

영국함대가 이 섬을 무단 점령하여 2년 가까이 주둔한 적이 있다.

거문도 사건 이전에 영국 시인 워즈워드는 ‘수선화’라는 명시를 남겼으니,

그 당시의 영국 해군들도 수선화를 즐겨 기르지 않았을까 싶다.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역사적인 사실을 모자이크한 추리일 뿐,

제주도와 거문도의 수선화가 언제 어느 경로로 왔는지 알 수 없다.

 

1960년대에는 '일곱 송이 수선화'노래가 상륙했다.

그 노래를 차분히 들어보면 그 시절의 젊은 연인들은

가난한 마음 하나로도 수선화처럼 순수한 사랑을 나눈 듯하다.

 

 

2011. 3. 4.   꽃 이야기 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