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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제주도와 울릉도

서러운 이방인 제주의 선인장

선인장

Opuntia ficus-indica (L.) Miller

 

북아메리카 원산의 선인장과의 여러해살이폴. 높이 2m 정도.

가지가 편평한 타원형으로 갈라지며, 잎은 퇴화하여 가시가 되었다.

6~8월 개화. 열매는 식용 및 약용한다.

한국(제주도에만 자생), 북아메리카에 분포한다.

[이명] 신선장, 단선

 

 

 

 

 

선인장은 아득한 옛날에 바다를 타고 제주도에 온 듯하다.

원산지가 멕시코라고 하니 태평양을 건넜을 것이다.

동의보감에는 선인장을 소염 진통과 폐결핵, 화상 등의

치료를 위해 가정상비약으로 둔다는 내용이 있다.

이 식물은 최소한 몇 백 년 전에 들어온 셈이다.

 

내 어릴 적 고향 동네에서도 집집마다 선인장을 길렀다.

혹처럼 자꾸 생기는 줄기를 뚝 떼어서 모래땅에 꽂아도

잘 살기 때문에, 시골에서는 이웃과 나누는 작은 인정이기도 했다.

동의보감에 나온 대로 가정상비약으로 쓰임새도 있었고,

그 이국적이고 신기한 모습 때문에 기르기도 했지 싶다.

 

선인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의 서쪽 바닷가에서만 자생하고 있다.

그곳의 바다는 제주 바다 중에서도 특별히 맑고 신비로운 색을 띠는데,

오랜 세월 동안 조개나 산호들이 부서져 만든 모래 때문인 듯하다.

이 바닷가의 현무암에 자라는 선인장 군락에서 노란 꽃이 활짝 피어나

푸른 바다, 검은 바위, 노란 꽃이 멋지게 어울린 사진을 본 일이 있다.

 

(다섯 번 쯤 이곳을 찾았으나, 그 중 단 한 번, 단 두 송이의 꽃이 핀 걸 보았을 뿐이다. 제주 월령리에서)

 

그 풍경을 보고 싶어서 몇 번이나 그곳을 찾았지만

선인장이 풍성하게 꽃피운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언제나 수 만 포기 중에 두어 개체가 겨우 꽃을 피웠다.

제주의 지인들에게 언제 제대로 꽃을 볼 수 있는지 물어보아도

아무도 모르는 걸 보면, 선인장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였다.

선인장은 어떤 특별한 기후 조건에서만 꽃을 피우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심 받지 못하는 것은 그렇다 치고, 이미 오래 전에 이 땅에 정착한

식물의 이름이 우리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없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그 목록에 161종이나 되는 원예용 선인장 이름은 있는데도 말이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학명과 이름만 올라와 있고,

이 식물에 대한 아무런 설명문이나 표본이 없다.

 

생각해보면 선인장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학술적으로는 아예 외면당하고 있는 불쌍한 식물이다.

수백 년 전부터 대대로 이 땅에 살고 있는 외국인에게

주민등록조차 해주지 않은 것과 다름이 없다.

제주 바닷가의 선인장은 아직도 서러운 이방인이다.

 

 

2013. 7. 2. 꽃 이야기 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