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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언제나 어디서나

방가지똥에 대한 생뚱맞은 생각

 

큰방가지똥

Sonchus asper (L.) Hill

 

길가나 빈터에 나는 국화과의 한두해살이풀. 높이 50~100cm.

줄기와 잎에서 흰 유액이 나오고 줄기 속은 비어있다.

잎 가장자리에 가시모양이 있으나 부드러운 편이다.

5~10월 개화. 어린잎과 줄기는 식용하고 가축 사료로도 쓴다.

한국(전역)에 귀화. 유럽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개방가지똥, 큰방가지풀

 

 

 

 

방가지똥의 씨방은 작은 동물이나 새의 똥을 닮았다.

씨방의 아랫부분이 볼록하고 위로 갈수록 좁아진 모양이

키세스인가 뭔가 하는 작은 쵸컬릿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방가지똥이나 큰방가지똥은 유럽에서 온 귀화식물인데,

5월부터 10월까지 꽃을 피울 정도로 번식력이 왕성하고

남부지방에서는 12월에도 꽃을 볼 수 있을 만큼 추위에 강하다.

노란 꽃은 민들레를 닮았고 전체적인 모습은 엉겅퀴를 닮아서

이 두 가지 식물의 강인함을 다 가지고 있는 듯하다.

 

방가지똥은 잎이 민들레의 잎처럼 생겼고 얇고 연하다.

큰방가지똥의 잎은 엉겅퀴의 잎처럼 무섭게 생기기는 했어도

실제로 만져보면 보기보다는 부드러운 편이다.

어쩌면 초식동물들이 먹으려는 생각조차 못하게 겁을 주려고

잎 모양만 그로테스크하게 만들어 간 것인지도 모른다.

외유내강(外柔內剛)이 아니라 외강내유(外剛內柔)다.

 

 

방가지의 똥이라니까 방가지가 무슨 동물이기는 한 모양이다.

‘강아지똥’이라고 해도 좋을 것을 ‘방가지똥’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방가지똥은 씨앗이 익으면 여느 국화과의 식물들과 마찬가지로

솜털처럼 풍성하게 부풀어서 바람에 날려갈 준비를 한다.

 

가까이 있는 동물 중에 하얀 털이 풍성하다면 삽살개가 떠오른다.

삽살개는 천연기념물 제368호로 지정된 우리의 토종개다.

‘삽살’은 귀신을 쫓는 영험한 기운이 있다는 뜻이라고 하며,

용감하고 주인에게 충성심이 강하며 집을 잘 지킨다고 한다.

 

삽살개는 털이 많다고 한자로 쓸 때  개 견(犬)자에 털을 붙여

삽살개 '방(尨)'자를 쓰고 있으니, 상형문자다운 묘미가 있다.

그렇다면 옛날에는 삽살개의 강아지도 다른 이름이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변견이라고 부르는 보통 개의 새끼는 그냥 강아지고,

삽살개의 새끼는 ‘방강아지’나 ‘방가지’로 부르지 않았나 싶다.

 

방가지똥의 이름이 정겹고 그 생김새도 마음에 들어서

좀 더 친한 척 해보려고 생뚱맞은 상상을 해보았다.

 

 

2010. 1. 5.  꽃 이야기 157.

 

 

 

 

방가지똥

Sonchus oleraceus L.

 

길가나 들에 나는 한두해살이풀. 높이 30~100cm.

큰방가지똥에 비해 잎이 얇고, 새깃모양으로 갈라진다.

5~10월 개화. 어린순을 식용한다.

유럽 원산, 한국(전역) 및 북반구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이명] 방가지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