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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언제나 어디서나

본받아야 할 노랑이, 벌노랑이

 

벌노랑이

Lotus corniculatus var. japonicus Regel

 

양지바른 풀밭에 자라는 콩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0cm 가량.

전체에 털이 없고, 밑 부분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져 비스듬히 선다.

5~10월 개화. 뿌리는 강장, 해열제로 쓰며 전초는 사료용으로 쓴다.

한국, 일본, 중국, 히말라야 등지에 분포한다.

 

 

 

 

 

 

‘벌노랑이’는 ‘벌판에 피는 노란 꽃’이다.

이 꽃은 5월부터 10월까지 여섯 달 동안이나 꽃을 피운다.

이렇게 오래도록 피고 지는 꽃은 손에 꼽을 정도다.

토종의 ‘벌노랑이’는 서너 개의 꽃이 앞을 보고 피고

‘서양벌노랑이’는 예닐곱 개의 꽃이 모든 방향으로 핀다.

 

이 꽃은 벌 같은 곤충이 출입하는 공간이 보이지 않고

수술이나 암술 같은 꽃술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벌노랑이는 과연 꽃술이 없는 꽃일까? 

 

(벌노랑이는 꽃이 앞을 보고 3~4개 달리고(왼쪽), 서양벌노랑이는 모든 방향으로 6~7개의 꽃이 달린다 (오른쪽)

 

벌노랑이의 꽃잎은 위에 한 장, 아래에 두 장으로 합이 세 장이다.

윗부분의 꽃잎은 정면을 보고 서있으면서

중심 부분의 줄무늬로 곤충에게 꿀의 위치를 알려준다.

아래에 있는 두 장의 꽃잎은 틈새가 보이지 않게 마주 붙어 있어서

하나의 작은 주머니처럼 보이는데 이것이 뱃머리 모양을 닮아서,

콩과 식물의 구조를 설명할 때 이 부분을 ‘용골’이라고도 한다.

 

벌이 아래 꽃잎에 앉아 위 꽃잎과의 틈새에 머리를 들이밀고

꿀을 빨려고 용을 쓰면 그 힘으로 두 장의 용골이 벌어진다.

이 때 아래 꽃잎 속에 눌려져 있던 꽃술이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벌의 배에다 꽃가루를 묻히기도 하고 꽃가루를 받기도 한다. 

 

(서양벌노랑이)

국어사전에서 ‘노랑이’라는 말을 찾아보면

‘속이 좁고 마음 씀씀이가 인색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나와 있는데,

요즈음은 ‘노랑이’라는 표준말보다 ‘노랭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는 것 같다.

벌노랑이를 보면 자연스레 구두쇠 ‘노랑이’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그 이름부터가 억측의 여지없이 ‘벌노랑이’인데다가

봄부터 가을까지 부지런하게 꽃을 피워내는 근면성하며

꽃가루는 함부로 드러내지 않고 소중하게 갈무리해 두었다가

꼭 써야 할 경우에만 확실하게 전달하는 대목이 노랑이답다.

 

근면과 절제는 대자연의 훌륭한 가르침이며 미덕이다.

벌노랑이가 노랑이짓을 하는 것처럼 보여도 배울 것이 많다.

 

 

2010. 10. 4. 에 쓴 글을 2013. 3. 5.에 고쳐 쓰다.

꽃 이야기 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