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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물 위에 피는 꽃들

기적을 보여주는 핫도그, 부들

 

부들

Typha orientalis C.Presl

 

개울가나 연못에 나는 부들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1.5m.

7~8월 개화. 원기둥 모양의 암꽃이삭(길이 6~10cm)이 줄기 끝에

달리고, 그 위에 길이 3~5cm의 수꽃이삭이 달리며 서로 붙어있다.

꽃가루를 약용한다. 한국(전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좀부들

 

 

 

 

 

 

부들을 처음 보았을 때 핫도그나 어묵이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그 핫도그처럼 생긴 것은 무슨 벌레집인 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부들의 꽃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부들의 암꽃 35만개가 뭉쳐있는 덩어리였다.

 

부들의 수꽃은 암꽃 위로 솟아오른 꼬챙이에 지저분하게 붙어있다.

이 가루가 다른 암꽃으로 바람에 날려가서 수분이 된다.

수꽃이 피어있을 때는 자신의 암꽃은 아직 성숙하지 않아서

제꽃가루받이가 될 염려는 없다.

 

아무튼 저마다 35만 개의 암꽃을 수분해 줄 책임이 있는 수꽃은

확률적으로 백 배, 천 배가 넘는 수의 꽃가루를 만들어야 한다.

멋대로 날려가서 암꽃에 닿지 못하는 꽃가루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작은 연못에 100포기의 부들이 자란다고 하면

그것은 3,500만 개의 암꽃이 핀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그 작은 연못 위에는 수억, 수십억 개의 꽃가루가 떠다닌다.

 

 

수십억 꽃가루 중의 한 개가 3,500만 개의 암꽃 중 하나를 만나

씨앗이 되는 일은 기적이다.

수천 만 개의 씨앗 중에 제 자리를 잡아 다시 부들로 싹 틔우는 것은

만 개 중에 하나가 될까 말까하니 그 역시 기적이 아닐 수 없다.

 

부들은 그 이름처럼, 보이는 것처럼 부드럽지는 않다.

핫도그를 만져보면 메마른 빵처럼 가볍고 단단하다.

씨앗이 여물면 핫도그가 산발한 귀신처럼 해체된다.

새 생명을 위하여 자신을 갈갈이 찢어내는 모습은 처참하다.

35만 개의 씨앗들이 바람에 날려 연기처럼 흩어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은 이렇게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하다.

대기에는 산소와 질소뿐만 아니라 수십만 종의 꽃가루도 있다.

우리는 늘 기적을 호흡하고 보고 듣고 만난다.

 

수백만 종의 생물 중에 사람으로 태어난 것도 기적이다.

한송이 꽃을 만나는 것은 기적을 만나는 것이고

사람과 사람의 만남도 기적과 기적의 만남이다.

만남의 인연은 그 얼마나 소중한가.

 

 

2013. 2. 20. 꽃 이야기 165

 

 

 

 

 

 

 

애기부들

Typha angustifolia L.

 

강가나 연못, 습지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5~2m.

6~7월 개화. 꽃이삭이 부들보다 가늘고 긴 편이다.

수꽃이삭이 암꽃이삭 위로 2~6cm 떨어져 있다.

수꽃이삭 길이 10~30cm, 암꽃이삭은 6~20cm.

꽃가루를 약용한다.(신경통, 지혈, 이뇨제)

한국(경기도 이남), 일본, 중국, 지중해 연안의 난대에 분포한다.

[이명] 좀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