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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물 위에 피는 꽃들

첫사랑처럼 떠나간 꽃, 수련

 

수련

Nymphaea tetragona Georgi 

 

7~8월 개화. 꽃은 정오 전후에 서너 시간동안 피며,

개화 전후의 꽃봉오리는 물속에 있다.

한국(전역) 및 북반구에 널리 분포한다.

[이명] 개수련, 애기수련

 

 

 

 

 

 

혼자 살면서 수련을 길러본 적이 있었다.

여름이 되어 물속에서 꽃봉오리가 몇 개 맺히는 걸 보고

머지않아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으리라 설레었다.

 

그로부터 한 달이 넘도록 매일 꽃봉오리를 들여다보아도

물 위로 올라올 듯 말 듯 하더니 끝내 물속에서 녹아버렸다.

인연이 없는 탓이라 여기고 그 후로는 수련을 기를 생각을 접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서야 그 때 꽃을 보지 못한 까닭을 알게 되었다.

 

 

수련은 정오 무렵에 물속에서 봉오리를 내밀어 꽃을 피웠다가

서너 시간이 지나면 꽃을 접고 물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이렇게 사나흘 피고 지고 하다가 한 꽃봉오리가 시들면

다음 꽃송이가 또 그러기를 되풀이하면서 한 달 정도 피고진다.

 

꽃봉오리가 피지도 않고 녹아버렸다고 생각한 것도 알고 보니

해면체로 싸인 열매가 물에 녹아서 씨앗을 떨어뜨린 것이었다.

나는 그 무렵 쉬는 날도 없이 출퇴근을 하던 시절이라

그 우렁각시 같은 꽃을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정오가 다 되어서야 잠을 깨서 물 위로 꽃을 피우고,

해가 기울기도 전에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잠을 자는 '수련(睡蓮)',

그 이름이 '잠꾸러기 연꽃'이라는 의미를 그 때 알았더라면

그렇게 설레며 기다리던 꽃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보았을 텐데...

 

(수련(왼쪽)과 각시수련(오른쪽)) 

 

첫사랑에 가슴 뛰던 시절도 그렇게 지나간듯하다.

어느 날 홀연히 다가온 그 의미도 모르고 애태우다가

엇갈린 만남 속에서 이유도 모르는 채 멀어져 갔다.

 

수련의 속명 'Nymphaea'는 요정(nymph)에서 유래되었고

꽃말은 '청순한 사랑'이라고 한다.

그 꽃말마저도 아련하고 그립다.

 

 

2010. 8. 12.  꽃 이야기 158.

 

 

 

 

 

각시수련

Nymphaea tetragona var. minima (Nakai) W.T.Lee

 

여러해살이수초. 애기수련이라고도 하며 한국 특산이다.

꽃의 지름이 4cm를 넘지 않아 각시수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수련의 꽃잎이 15장을 넘는데 비해 각시수련은 보통 8장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