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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물 위에 피는 꽃들

기발한 방법으로 근친혼을 피하는 물옥잠

 

물옥잠

Monochoria korsakowii Regel & Maack

 

논과 늪의 물 위에 떠서 자라는 물옥잠과의 한해살이풀.

줄기는 스펀지같이 구멍이 많아 연약하고 높이가 20∼40cm이다.

9월 개화. 수술은 6개인데 그 중 5개는 짧고 노란 색이며,

나머지 한 개는 길고 자주색이다. 암술대는 가늘며 1개이다.

한국, 일본, 동북아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물옥잠’은 물에 떠서 사는 식물로서

꽃이 옥잠화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물옥잠은 예전에 논이나 수로에 흔히 볼 수 있었으나,  

요즘은 자연 상태에서 이꽃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물옥잠의 꽃을 자세히 보면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수술 여섯 개 중에 노란색 꽃밥이 다섯 개, 짙은 보라색이 한 개인데,

노란 수술 다섯 개는 벌을 유인하기 위한 가짜 수술이다.

꽃이 보라색이므로 노란색이 곤충의 눈에도 잘 띄는 모양이다.

짙은 보라색의 진짜 꽃밥을 단 수술은 한 개뿐이며

진짜 수술의 맞은편에 수술보다 긴 암술이 하나 있다.

 

(벌들이 꽃술의 배치가 반대인 여러 꽃들을 옮겨다니면서 수분을 하고 있다)

 

정말 흥미로운 사실은 진짜 수술이 오른쪽에 있는 꽃과

왼쪽에 있는 꽃이 한 포기에 반반씩 달린다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물옥잠은 자화수분을 피하기 위해서

수술과 암술의 배치가 반대인 두 가지의 꽃을 만든 것이다.

진짜 수술이 오른쪽에 달린 꽃에서 꽃가루를 묻힌 벌이

수술이 왼쪽에 달린 꽃으로 날아가야 수분이 된다.

 

일반적으로 식물들은 근친혼을 피하기 위해서

암수 딴꽃을 만들거나, 수술과 암술의 성숙 시기에 차이를 두거나,

암술과 수술의 길이가 반대인 두 종류의 꽃을 만들기도 하다.

또 자기 꽃가루가 묻으면 꽃가루관을 막아버리는 방법도 쓴다.

물옥잠처럼 오른쪽과 왼쪽으로 꽃술을 달리 배치하는 방법은

아주 특별하고 흥미로운 경우로 보인다.

 

그런데 수백만 년에 걸친 물옥잠의 이런 기발한 노력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된다.

이런 꽃의 구조는 분명히 곤충에 의한 수분을 기대하는 것인데,

불행하게도 물옥잠이 사는 곳의 곤충이 사라지고 있다.

 

 

요즘은 논농사가 농약으로 지탱되고 있는 듯하고,

자연 수로도 골프장 같은 곳에서 흘러나온 독성 물질로 오염되어서

그 주변에서 곤충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과거에 물옥잠이 논에서 쫓아내기 어려운 잡초였는데

요즈음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이 되었다고 한다.

 

이웃나라에서 먼저 생긴 좋지 못한 일들을 뻔히 보고서도

우리에게도 같은 비극이 일어날 때까지 손을 쓰지 못한다면,

그런 정부나 국민이 후대에 무슨 면목이 있겠는가. 

 

2013. 1. 20. 꽃이야기 123.

 

 

 

 

 

물달개비

Monochoria vaginalis var. plantaginea (Roxb.) Solms

 

논이나 연못에 주로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20cm 가량.

물옥잠보다 잎이 좁고, 꽃이 작으며 꽃잎을 활짝 열지 않는다.

물옥잠은 꽃이 잎 위로 피고, 물달개비는 보통 잎 밑에서 핀다.

7~9월에 개화. 한국(중부 이남), 일본 등 동남아시아에 분포한다.

[이명] 물닭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