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름
Trapa japonica Flerow
연못이나 저수지에서 자라는 마름과의 한해살이풀.
뿌리는 진흙 속에 내리고 줄기가 길게 자라며, 잎자루에 공기주머니가
있어서 물에 뜬다. 7∼8월 개화. 꽃의 지름 1cm 정도.
민간에서는 열매를 식용하며, 해독제와 위장약으로 사용한다.
한국(전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골뱅이
우리나라의 연못이나 저수지에는 마름이 흔하다.
마름은 잎자루에 공기주머니가 있어서 잎이 물위에 뜨는데,
잎들이 겹치지 않도록 펼쳐진 배려와 질서가 보인다.
이런 모습의 마름을 보면 '마름질'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옷감이나 목재를 치수에 맞추어 자르는 것이 마름질이고,
버려지는 자투리를 줄이는 것이 좋은 마름질이다.
빼곡하면서도 잎마다 골고루 볕을 나누어 가지는 마름에서
옷감을 재단한다는 뜻의 ‘마름질’이란 말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마름은 수면에서 마름모꼴로 퍼져가며 자란다. 이상옥 님 사진)
또 ‘마름모’의 한자말인 ‘능형’(菱形)에서 마름 ‘능’(菱)자를 쓰는 것을 보면,
마름모꼴이라는 말도 마름이 물 위에 퍼져 자라는 모양에서 비롯된 것 같다.
마름모는 ‘네 변의 길이가 같고 그 대각선이 수직으로 만나는 사각형’이니
바로 마름의 사는 모양이 그러한 정의에 대체로 들어맞기 때문이다.
고대로부터 오늘날까지 장애물의 용도로 쓰이는 ‘마름쇠’도
물속에 있는 마름의 열매에서 착상을 하였을 법하다.
밤톨만한 이 열매는 맛도 밤과 비슷해서 ‘말밤’이나 ‘물밤’이라고도 하는데,
날카로운 가시가 있어서 맨발로 들어갔다가는 상처를 입기 십상이다.
임진왜란 때에도 마름쇠(菱鐵)를 이용해서 왜적을 물리쳤다는 기록이 있고,
오늘날까지도 군 검문소에서 급조장애물로 쓰는 오뚜기침이 바로 마름쇠다.
마름쇠는 네 개의 침이 같은 각도를 유지하고 있어서 그냥 던져놓아도
세 개의 침이 땅을 딛고 한 개의 침은 하늘을 보고 서게 된다.
말밤의 가시는 방어수단 보다는 종자를 퍼뜨리는 수단으로 보인다.
개구리나 물고기가 마름 줄기 사이를 다니다가 이 가시에 찔리면
이것을 빼내려고 몸부림치며 돌아다니다가 결국은 죽게 된다고 한다.
그러면 말밤은 그곳에서 뿌리를 내려 새로운 영토를 찾게 된다.
마름을 보노라면 자연은 인류문명의 오랜 스승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태양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재단사와 군인들은 마름에서 그들에게 필요한 지혜를 얻어간 것이다.
(마름의 열매, 말가시)
2009. 12. 이야기 115
애기마름
Trapa incisa Siebold & Zucc.
마름에 비해 잎, 꽃, 열매가 아주 작다.
마름은 잎자루(공기주머니)에 털이 있으나,
애기마름은 털이 없다.
7~8월 개화. 열매를 식용한다.
한국(중부 이남), 일본, 중국 동북 지방에 분포한다.
[이명] 마름, 좀마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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