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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습지와 냇가에서

가무잡잡했던 시절의 추억, 가막사리

 

미국가막사리

Bidens frondosa L.

 

길가나 습지에 나는 국화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1~1.5m.

줄기가 네모지고, 털이 없고, 검은자주색이다.

잎은 마주나며 깃꼴 겹잎으로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톱니가 있다.

9~10월 개화. 씨앗에 갓털은 2개이며, 옷에 잘 달라붙는다.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가무잡잡한 시골 소년이 더 가맣게 되는 날이 있었다.

동네 아이들이 소를 먹이다가 심심하거나 출출해지면,

한 아이가 오늘은 누구 집 밀사리를 해먹자고 부추긴다.

덜 익은 밀을 한 아름 서리 해다가 

모닥불에 껍질만 탈 정도로 불사르면 낱알이 맛있게 익었다.

 

숯처럼 된 밀 이삭을 후후 불며 손바닥으로 비벼서 까낸

따끈따끈한 연두색 밀알들은 고소하고 쫀득한 맛이 났다.

밀은 오월에, 콩은 구월쯤 사리를 해먹었으니 계절도 좋았다.

그 무렵 시골 아이들은 하나 같이 가무잡잡하고 꾀죄죄했지만,

사리를 해먹고 난 공범들은 손과 뺨에 더 까만 물증을 남겼다.

 

 

이 아름다운 추억의 '사리'가 국어사전에는 나와 있지 않다.

‘서리’는 ‘떼를 지어 남의 과일, 곡식, 가축 따위를 훔쳐 먹는 장난’으로

나와 있어서 먼 훗날에도 쉽게 잊히지 않을 말이지만,

설익은 밀이나 콩을 살라먹는 '사리'는

표준말이 달리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사전에 나와있지 않다.

 

사리라는 말을 들어본 기억조차 가물가물하지만,

가막사리를 만나면  그 추억의 불쏘시개가 된다.

가막사리는 논두렁이나 냇가의 풀밭에서 잘 자라는데,

가을에는 누가 불이라도 사른 것처럼 가맣게 변한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가막사리는 거의 미국가막사리다.

토종 가막사리는 미국가막사리보다 키가 작고 잎 모양이 많이 다르다.

누군가 '미국가막사리'가 빠르게 영역을 확장해 가는 것을 보고

‘가서 막 살아라’고 미국에서 보낸 녀석이라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미국가막사리)

 

가을 한낮에 가막사리를 보면 불에 그을린 듯

가무잡잡해서 몰골이 남루하기 짝이 없지만,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해를 등진 가막사리를 보면

갖가지 색이 잘 어우러진 화려한 단풍이 된다.

 

그 시절은 초라했지만 추억이 되면 아름다와 진다.

관점이나 입장을 바꾸어 사물이나 사람을 바라보면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고 그것은 대체로 좋은 것이다.

 

 

2009. 10. 22. 꽃 이야기 153.

 

 

 

 

가막사리

Bidens tripartita L.

 

밭둑이나 물가의 습지에 나는 한해살이풀. 높이 20~100cm.

전체에 털이 없고 줄기는 담녹색이다.

잎은 마주나며 깊게 3~5갈래. 가장자리 톱니가 부드럽다.

8~10월 개화. 갓털 3~4개에 가시가 있어서 달라붙는다.

어린 순은 식용, 전초는 약용한다.

[이명] 가막살, 제주가막사리, 털가막사리

 

 

 

 

 

 

 

나래가막사리

Verbesina alternifolia Britton

 

북아메리카 원산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2~2.5m.

'가막사리'라고는 하나 가막사리속에 포함되지 않는다.

줄기에 지느러미 같은 좁은 날개가 붙어 있다.

8~9월 개화. 귀화식물로 충청도 이남에 주로 분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