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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습지와 냇가에서

풀꽃 중의 신선, 돌단풍

 

돌단풍

Mukdenia rossii (Oliv.) Koidz.

 

물가의 바위틈에 자라는 범의귀과 여러해살이풀.

높이 40cm 가량. 3~5월 개화.

관상용으로 심기도하며, 어린잎은 식용한다.

한국(중부 이북), 중국 동북 지방에 분포한다.

[이명] 장장포, 부처손, 돌나리, 바위나리

 

 

 

 

 

동강 굽이굽이 백오십리 절벽에 할미꽃이 시들 무렵,

돌단풍 하얀 꽃이 안개인 양 구름인 양 피어오른다.

신선이 사는 세상이 따로 없다.

이 강물에 온갖 잡생각 흘려보내고 며칠 유유자적하다가

누군가로부터 ‘신선놀음 하는구나’하는 소리를 듣고 싶다.

 

 

돌단풍은 풀꽃 중의 신선이다.

맑은 물이 흐르는 깊은 계곡 바위에 뿌리내리고

물안개나 마시며 살고 있으니 어찌 신선이 아니랴.

그곳에는 잡풀들과 뒤엉켜 나눠야 할 고단함이 없고,

먹을 것에 찾아드는 벌레들도 꼬이지 않으니

바위틈에 살면서도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듯하다.

 

신선은 먹지 않아도 늙지 않고 수백 년을 산다고 한다.

그러한 삶은 번거롭거나 비루해 질 일이 없다.

옛날에 누구누구는 신선이 되어 어느 산에 들어가

몇 백 년이 넘게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오지만,

이 시대에 신선처럼 살기에는 문명이 너무 멀리 와버렸다.

 

 

 

우리가 신선은 되지 못해도 신선하게 살아갈 수는 있다.

탁하고 기름진 음식을 멀리하면 몸과 마음이 신선해진다.

무엇을 갖고자 하는 욕심을 줄이면 일신이 한가해지고,

무엇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비우면 영혼이 맑아져서

 아수라 세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다.

 

그리고 돌단풍 푸른 신선한 계곡, 너럭바위에 누워

한 마리 나비가 되는 꿈을 꾸면 신선이 따로 없다. 

 

청마 선생의 시 深山이 떠오른다. 

 

심심 산골에는

산울림 영감이

바위에 앉아

나같이 이나 잡고

홀로 살더라

 

2011. 7월.  꽃이야기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