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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습지와 냇가에서

삼천 년 논둑길의 이야기를 간직한 논뚝외풀

 

논뚝외풀

Lindernia micrantha D.Don

 

논이나 논둑의 습한 곳에 나는 현삼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8~25cm. 잎 가장자리에 밋밋한 톱니의 흔적이 있고,

잎 모양이 길쭉하며 끝이 비교적 뾰족한 특징이 있다. 

8~9월 개화.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고추풀, 드렁고추, 논둑외풀

 

 

 

 

 

‘논뚝외풀’이라는 식물이름은 우리를 잠시 헷갈리게 한다.

한글 맞춤법에서는 분명히 ‘논둑’이 맞는 표기인데

국가표준식물명에서는 ‘논뚝’으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근래에 ‘자장면’은 ‘짜장면’으로 써도 된다고 하였으니,

논둑도 ‘논뚝’으로 써도 좋을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논뚝외풀’이라는 이름은 논둑에서 흔히 자라며

그 열매가 작은 참외를 닮은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논둑에 살다보니 이 풀은 늘 베어져야만하는 운명이었다.

논둑의 잡초가 논으로 씨앗을 퍼뜨리는 것을 막고,

소 먹잇감으로 낫으로 자주 베어냈기 때문이다.

소로 농사짓는 집이 줄어들면서 예초기로 논둑의 풀을 베더니.

요즘은 아예 제초제를 써서 논둑에 풀빛마저 사라져가고 있다.

 

(논뚝외풀, 제주 수산리 습지)

 

한반도에서 벼농사를 지어온 역사가 삼천 년이 넘었다.

논둑길은 그 오랜 세월동안 농부들이 고단한 하루 일을 마치고

황혼 무렵에 소를 몰고 돌아오던 목가적인 풍경의 무대였다.

그 길은 농부의 아내가 아이를 업고 새참 이고 나르던 길이며,

내 철부지 시절 동무들과 메뚜기를 잡으러 다니던 길이었다.

 

그 논둑길이 제초제의 무차별적 살상으로 불모지가 되어

메뚜기나 땅강아지 같은 온갖 풀벌레들이 자취를 감추고

논뚝외풀, 밭뚝외풀, 수염가래 같은 풀들이 쫓겨나고 있다.

 

(밭뚝외풀, 전남 나주)

 

그것은 그 작고 여린 것들에게만 닥친 재앙이 아니었다.

꽤 오래 전의 일이지만 내 고향친구 하나는 신혼 초에

논에 농약을 치다가 중독이 되어 그날로 죽었고,

그의 아버지도 논둑에서 한 닷새 꺼이꺼이 울다가 죽었다.

 

논둑길 무대 위의 순박한 농부들과 소, 불알친구들과

메뚜기들이 문명의 뒤안길로 그렇게 사라져 갔다.

그러나 삼천 년을 베어지면서도 살아남은 논뚝외풀은

그 옛날 논둑길의 이야기를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으리라.

 

 

2012. 9. 23. 꽃이야기 78.

 

 

 

 

 

 

밭뚝외풀

Lindernia procumbens (Krock.) Borbas

 

들이나 논, 밭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 높이 7~15cm.

잎은 잎자루가 없는 타원형으로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잎 끝이 둔하고,

3~5개의 평행맥이 발달해 있다. 7∼8월 개화.

한국(중부 이남), 유라시아의 온대, 열대지역에 분포한다.

밭뚝외풀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논뚝외풀처럼 논뚝이나 습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명] 개고추풀, 밭둑외풀

 

 

 

 

 

 

 

 

 

외풀

Lindernia crustacea (L.) F.Muell.

 

들이나 논, 밭에 자라는 한해살이풀. 높이 7~15cm. 

잎은 계란형이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짧은 잎자루가 있다.

7∼8월 개화. 한국(중부 이남), 아시아의 온대, 열대지역에 분포한다.

 

[이명] 나도고추풀, 풀고추

 

이 외에도 미국외풀, 가는미국외풀 등의 귀화식물이 알려져 있고,

현재(2012년)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참새외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