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1/언제나 어디서나

봄까치에서 만난 구세주의 얼굴

 

큰개불알풀

Veronica persica Poir.

 

길가의 빈터나 밭둑에 나는 현삼과의 두해살이풀. 높이 10~20cm.

남부 지방에서는 한겨울을 빼고는 일 년 내내 꽃이 핀다.

꽃의 지름 8mm 정도. 꽃이 시들지 않고 꽃잎에 수술을 붙인 채로 떨어진다.

유럽원산, 한국(남부),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큰지금, 왕지금꼬리풀(북한명)

 

 

 

 

 

겨울 양식이 모자라는 사람들에게는 봄이 더욱 더디게 온다.

서양 사람들은 황량한 겨울 들판에 핀 작은 꽃에서 구세주를 찾았다.

그것은 머지않아 봄이 오리라는 구원의 메시지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 꽃을 ‘베로니카’(Veronica)라고 불렀다.

서양 전설에 의하면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의 언덕을 오를 때,

베로니카라는 여인이 예수님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아드렸는데,

이 때 베로니카의 수건에 예수님의 얼굴이 새겨졌다고 한다.

 

이 꽃을 유심히 보노라면 사람 얼굴 모양이 보이는 듯도 하지만,

굳이 예수님의 얼굴을 닮았다고 하기에는 좀 어색하다.

그러다 문득 금강경(金剛經)의 한 게송이 떠올랐다.

 

 

‘형체로 나를 보거나 음성으로 나를 구하지 말라

이는 잘못된 방법이니 결코 부처를 보지 못하리‘

 

마음으로 이 꽃을 보면 곧 예수님의 얼굴이요 부처님의 모습이다.

닮은 곳을 찾는 마음, 즉 형체로 보고자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비로소 이 꽃이 전하는 희망과 구원의 메시지를 보게 된 것이다.

이 꽃은 우리나라 어디서나 오랫동안 피고 지는 꽃이며

어느 꽃보다도 먼저 피어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준다.

 

(큰봄까치는 일년 내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복숭아 모양을 닮은 열매(왼쪽))

 

이 꽃의 학명은 '복숭아 모양의 베로니카(Veronica persica)'라는 뜻인데

종소명의 복숭아는 이 꽃의 열매 모양에서 유래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 열매가 일본 사람들에게는 개의 불알로 보였던지

일본의 식물도감에는 ‘큰개불알풀’(大犬の陰嚢)로 되어있다.

그런데 우리의 국가표준식물명도 일본과 같이 ‘큰개불알풀’로 쓰고 있다.

 

개불알풀에는 '봄까지꽃'이나 '봄까치'라는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이 있다.

까치는 좋은 소식을 전하는 길조이니 봄까치는 곧 '좋은 봄소식'이다.

서양식 학명 Veronica나 우리말 이름 ‘봄까치’는

새 봄의 희망을 주는 이 꽃에게 가장 어울리는 이름이다.

'큰개불알풀' 보다 '큰봄까치'는 얼마나 좋은 이름인가.

 

 

2008년에 쓴 글을 2013. 2. 7에 고쳐 쓰다.

꽃이야기 147

 

 

 

 

 

 

 

개불알풀

Veronica didyma var. lilacina (H. Hara) T.Yamaz.

 

들이나 밭에 나는 한해살이풀. 높이 10cm가량.

3~6월 개화. 꽃의 지름은 2~3mm로 큰개불알풀의 꽃보다

아주 작은 편이며, 자주색이 돈다. 

유럽원산, 한국(남부), 일본, 중국 등지에 귀화.

[이명] 봄까지꽃, 개불꽃, 지금

 

 

 

 

 

선개불알풀

Veronica arvensis L.

 

개불알풀과 닮았으나 줄기가 곧게 선다. 높이 10~30cm.

줄기는 밑에서 가지가 갈라지고 털이 있다.

4~6월 개화. 꽃의 지름 2mm 가량.

유럽 원산, 한국(중부 이남), 아시아, 아프리카에 분포한다.

[이명] 개불알꽃, 선봄까지꽃, 선조롱박풀, 선지금

 

 

 

 

 

 

눈개불알풀

Veronica hederaefolia L.

 

선개불알풀과 닮았으나 꽃의 색이 연하고 털이 길다.

4~5월 개화. 꽃의 지름 4mm 가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