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딸기
Duchesnea indica (Andr.) Focke
풀밭이나 논둑에서 자라는 장미과의 여러해살이풀.
덩굴이 옆으로 뻗으면서 마디에서 뿌리가 내린다.
4∼10월 개화. 뱀이나 벌레에 물렸을 때 열매의 즙을 약용한다.
한국,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인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배암딸기, 큰배암딸기, 홍실뱀딸기
어릴 적에는 뱀딸기를 자주 따먹곤 했었다.
그 때의 맛은 달작지근한 추억으로 남아있는데,
요즘 먹어보면 달지도 않고 밋밋하기만 하다.
필시 혀가 사치스러워 진 탓이리라.
‘뱀딸기’는 뱀이 먹는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지만,
뱀이 이 열매를 먹는 것을 실제로 보지는 못했다.
중국 이름이나 한약재로 쓸 때 이 풀을 ‘사매(蛇梅)’라고 하며,
열매의 즙이 뱀이나 벌레에 물린 데 약이 된다고 한다.
뱀딸기는 뱀이 다닐만한 논둑이나 풀밭에 살면서
뱀처럼 땅을 기는 줄기를 길게 뻗어가며 자라니
이래저래 이 풀은 뭔가 뱀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2010. 10. 17. 전북 고창)
뱀딸기는 뱀이 겨울잠을 자고 나오는 봄에 꽃을 피우기 시작해서
땅속으로 들어가는 가을까지 오랫동안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정말 뱀처럼 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식물이다.
뱀딸기의 개화 기간은 쥘 르나르(Jules Renard, 1864~1910)의
뱀이라는 시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뱀 / 너무 길다.
세상에서 ‘제일 짧다’는 이 시는 ‘너무 길다’이다.
뱀의 유혹으로 선악과를 먹은 후 시작된 인간의 죄가
뱀처럼 길게 수만년을 이어지고 있다는 메시지일까.
나의 죄는 뱀딸기를 따먹었을 때 시작된 지도 모른다.
먹으면 배탈이 난다는 금단의 열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몽글 몽글 먹음직한 빨간 사탕 같은 열매는
먹을 것 없었던 산골 아이에게 참기 힘든 유혹이었었다.
서너 살 쬐끄만 입술에 빨간 물을 묻히고서도
먹지 말라는 뱀딸기를 왜 먹었냐는 꾸지람에
고개를 잘래잘래 흔들었을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2012. 12. 2. 꽃이야기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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