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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언제나 어디서나

고달픈 이름, 등골나물

 

 

등골나물

Eupatorium japonicum Thunb.

 

산이나 들에 나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m 가량.

7~10월 개화. 꽃은 자주빛을 띤 흰색. 혀꽃이 없다.

어린순은 식용한다. 한국(전역), 일본, 중국, 필리핀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벌등골나물, 새등골나물

 

 

 

 

 

 

 

등골나물은 그 이름부터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 꽃을 처음 보았을 때 으스스한 느낌이 들더니,

그 이름이 등골나물이라고 알고 난 뒤에는 더욱 그러했다.

 

'등골'은 등에 파진 골, 등뼈, 척추신경의 세 가지 뜻으로 쓰인다.

나는 신경섬유의 단면도 같은 등골나물의 이상한 꽃을 보면

어느 병원에서 한 번은 보았음직한 인체해부도가 연상되었다.

 

옛 사람들이 무슨 해부학 지식이 있어서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싶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등골'을 달리 유추해볼 도리가 없었다.

혹시나 이 식물의 줄기에서 등의 심지를 빼서 썼을까하고

여러 자료를 찾아봤지만 그런 실마리는 찾지 못했다.

 

일단 그 이름의 유래는 숙제로 미루어 두고

'등골'하면 이 시대의 '등골 삼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1 세대는 70~80세 정도의 세대로 '등골이 빠진' 세대다.

이 세대는 자식들 공부시키느라 소 팔고 논 팔고 등골이 빠졌다.

이 분들은 문맹률 90%의 시대에 살면서 자식들을 공부시켜

세계에서 가장 문맹률이 낮은 나라를 만드는 기적을 이룩했다.

이분들이 살았던 시대는 대체로 농경의 시대였다.

 

2 세대는 40~50대의 나이로 1세대의 '등골을 뺀' 세대다.

부모 등골을 뺀만큼 열심히 일했고 세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를

부자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하게 올려놓은 기적을 만들었다.

이들은 산업화 시대를 선도했고, 주로 기계문명의 시대를 살았다.

 

3 세대는 등골 빼먹은 세대의 '등골을 부러뜨리는' 세대다.

일부러 지어낸 말이 아니라 요즘 다들 '등골 브레이커'라는 말을 쓴다.

이들은 정보화가 몰고 온 세계적 무한경쟁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물질 만능주의와 정신적 황폐화의 시대를 힘겹게 살고 있다.

 

바라건대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등골 삼대'의 시대를 끝내고

다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사람 사는 세상답게 이웃과 예의와 품격도 다시 찾고

삶의 여유와 의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세상 말이다.

등골나물의 이름이 하도 생뚱맞아서  해 본 소리다.

 

 

2013. 2. 4. 꽃 이야기 144.

 

 

 

 

 

서양등골나물

Eupatorium rugosum Houtt.

 

북아메리카 원산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40~70cm.

8~10월 개화. 두상화서는 10~25 송이의 꽃이 뭉쳐있다.

6.25 전쟁 당시 미군의 군수 물자와 같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며,

1978년에 서울 남산에서 최초로 발견되었다.

수도권과 강원도 일대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으며

생태교란종으로 지정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