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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언제나 어디서나

홍익인간의 모범, 쑥

 

 

Artemisia princeps Pamp.

 

산이나 들에 나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60~100cm. 

줄기 끝에 홍자색 꽃이 한쪽으로 치우쳐 달리는 풍매화이다. 

7~ 10월 개화. 어린잎은 식용, 잎줄기는 약용, 잎은 뜸쑥용으로 쓴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 40여 종의 쑥이 등록되어 있으며,

북반구에 250여 종의 쑥이 분포한다.

 

 

 

 

린네는 쑥의 학명을 아르테미스 여신으로 정했다.

(린네가 명명한 쑥의 국명은 개똥쑥(Artemisia annua L.)이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아르테미스는 사냥의 여신으로,

야수들이 사는 들판을 주관하는 모신(母神)으로서

출산과 어린이의 발육을 수호하는 신이라고 한다.

그는 쑥이 여성에게 좋은 식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이 쑥의 학명을 정할 기회가 있었다면

‘웅녀(熊女)’의 이름을 붙였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단군신화에 의하면 환인이 준 쑥 한 줌과 마늘 스무 뿌리를 먹고

굴속에서 지낸 곰이 스물 하루 만에 웅녀로 환생했다니 말이다.

 

쑥은 이렇게 동서양에 걸쳐 신화적인 효능을 가진 풀이다.

쑥은 건강을 북돋우는 음식이 되고 좋은 약이며 뜸의 재료다.

봄에 산과 들에 쑥쑥 올라온다고 해서 쑥이라고 한다는데

그 엄청난 생명력을 가진 식물이 어디엔들 좋지 않겠는가

 

어린 시절에 말린 쑥으로 모깃불을 피우던 추억이 있는 사람들은

그 향기를 사랑하고 그리워할 것이다.

쑥향기 나는 모깃불 둘레에 온 식구가 오손도손 둘러앉았던

그 옛날의 여름밤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쑥에는 살충효과가 있는 피레트린 성분이 들어 있어서,

모깃불로도 사람에게 크게 이로운 일을 한 것이다.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된 웅녀가 낳은 분이 단군이다.

단군은 옛 조선을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으로 세웠다.

나는 나이를 꽤 먹어서도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깊게 생각해보지도 않았었다.

 

그러나 생각할수록 귀한 가르침이다.

사람이 존재하는 이유와 보람, 그리고 도덕적 가치기준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한 것이 다시 있을까 싶다.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데 비록 크게 모자랄지라도,

지금 앞에 있는 한 사람만이라도 기쁘게 해 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홍익인간의 시작이며 작은 실천이리라. 

 

쑥은 우리에게 좋은 교훈을 주고 있다. 

쑥이야말로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의 모범이다. 

내 안에 단군, 그리고 쑥의 정기가 흐르고 있다고 생각하니,

비록 온 세상에 흔한 쑥이지만 다시 보지 않을 수 없다.

 

 

2012. 11. 21. 꽃이야기 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