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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신록의 계절에....

농부들의 엄친아, 수영

 

수영

Rumex acetosa L.

 

산과 들에 나는 마디풀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0~80cm.

신맛이 난다. 5~6월에 개화하며 암수딴그루 식물이다.

암꽃은 붉은 빛이 돌고, 수꽃은 주로 연두색으로 보인다.

어린잎과 줄기는 식용, 뿌리는 약용한다.

한국(전역), 일본, 북반구 온대에 분포한다.

[이명] 괴싱아 (북한명)

 

 

 

 

 

수영은 흔한 풀이지만 그 이름과는 친하지 못했다.

그 이름이 어떤 의미로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인터넷에서 ‘수영’이라는 낱말을 검색해보면,

제일 먼저 유명한 걸 그룹의 ‘수영’이라는 가수가 나오고,

운동 종목의 수영(水泳), 지명인 수영(水營) 등이 나올 뿐,

식물 이름의 수영(Rumex acetosa L.)을 찾기는 꽤 어렵다.

 

그런데 국어사전에서 그 내력을 추측할 만한 실마리를 찾았다.

한자로 ‘秀穎’이라고 쓰면 ‘잘 영근 벼나 수수의 이삭’이라는 뜻과

‘재주가 뛰어난 수재’라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는 뜻풀이였다. 

 

수영이 한자말 ‘秀穎’에서 나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수영의 꽃차례가 이삭이 잘 영근 곡식을 닮기는 했다.

 

게다가 수영은 논두렁 가에서도 흔히 자라는 풀이니,

그 옛날 농부들은 논두렁에서 고단함을 잠시 쉬면서

‘벼야 제발 이 풀 좀 닮아라’하고 잔소리를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풀을 ‘빼어난 이삭’인 ‘秀穎’으로 부르고,

한 때 유행했던 ‘엄친아’로 삼지 않았을까 생각해보았다.

 

수영의 잎은 신맛이 약간 있고 모양도 시금치를 닮아서

‘시금초’나 ‘산시금치’라고도 부르며 나물로 먹는다.

게다가 벌들에게는 풍부한 꿀을 주는 밀원이 되니

이래저래 모범생의 이름을 받을 만한 들풀이다.

 

그런데 ‘수영’을 아무리 그럴듯하게 옹호해 봐도

그 변론이 어딘지 모르게 억지스러운 느낌이 든다.

북한의 정명 ‘괴싱아’는 이해하기 쉬운 이름이다. 

 

‘괴싱아’란 ‘고양이가 즐겨 먹는 싱아’라는 뜻이고,

이 식물이 같은 마디풀과인 ‘싱아’와 같은 집안의 풀이며,

괭이밥처럼 신맛이 나는 식물이라고 생각할 수가 있다.

간단한 이름에 식물의 족보와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

 

박완서님의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

나오는 ‘싱아’가 바로 이 ‘수영’이다.

그 분이 어릴 적에는 ‘수영’을 ‘싱아’라고 불렀던 듯하다.

 식물 이름 하나만 제대로 불러주어도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추억들을 되돌려 줄 것 같다. 

 

2013. 2. 2. 꽃이야기 138

 

 

 

 

 

 

 

애기수영

Rumex acetosella L.

 

유럽 원산으로 들이나 길가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20~50cm. 수영의 축소판과 같으며 신맛이 난다.

5~6월에 개화하며 암수딴그루 식물이다.

어린잎을 식용하며 한국, 일본, 유럽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애기괴싱아

 

※ 생태교란종으로 지정된 식물 11종

애기수영, 단풍잎돼지풀, 돼지풀, 서양금혼초, 가시박, 물참새피,

털물참새피, 도깨비가지, 서양등골나물, 미국쑥부쟁이, 양미역취

 

 

 

싱아

Aconogonon alpinum (All.) Schur

 

산이나 들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m 가량.

6~8월 개화. 어린잎과 줄기를 식용한다.

한국(전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승애

 

※ 작고하신 박완서 님의 유명한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 나오는

싱아는 소설의 내용으로 보아 이 싱아가 아니고

신맛이 나는 수영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