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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신록의 계절에....

해학이 넘치는 우리 꽃 이름, 할미밀망

 

할미밀망

Clematis trichotoma Nakai

 

숲 가장자리에 나는 미나리아재비과의 낙엽 덩굴나무.

길이 5m 정도. 5~7월 개화. 꽃의 지름은 3cm 정도.

꽃이 필 때 3송이씩 모여 피는 취산화서이다.

한국 특산 식물로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분포한다.

[이명] 할미질빵, 셋꽃으아리, 큰질빵풀, 큰잎질빵

 

 

 

 

사위질빵과 할미밀망은 아주 비슷하게 생긴 식물이다.

할미밀망은 한 꽃차례에 세 개의 꽃이 한꺼번에 피고

사위질빵은 보다 작은 대여섯 개의 꽃이 차례로 핀다.

두 가지를 동시에 보지 않으면 이런 차이를 보기가 어렵지만

할미밀망은 5월 말쯤에 꽃이 피기 시작하고, 

사위질빵은 8월 전후에 피므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사위질빵은 장모가 사위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지 않으려고

약해서 잘 끊어지는 이 덩굴로 질빵을 만들어 준데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지만, 꾀 많은 사위가

무거운 짐을 지지 않으려고 그랬다는 설도 있다.

 

그런데 왜 사위는 질빵이고 할미는 밀망일까?

밀망은 멜빵이 변음이 된 것으로 보인다.

두 가지 다 어떤 물건을 짊어지기 위한 끈이기는 하지만,

질빵은 끈 자체로 짐을 묶고 남은 끈으로 만든 임시 멜빵이고,

멜빵은 주로 배낭이나 지게 등의 물건에 고정된 것이다.

 

(할미밀망, 2012.5. 26 경기 포천)

 

예컨대 어떤 사람이 이웃 마을에 놀러갔다가 오는 길에

좋은 땔감이나 소여물 거리를 발견했다고 치자.

집에 가서 지게를 지고 다시 오기가 번거로우니

주변에 있는 칡넝쿨을 잘라서 나뭇단이나 꼴을 묶어

어깨에 메고 갈수 있도록 고리를 만든 것이 질빵이다.

이런 쓰임새를 볼 때, 멜빵이 제대로 된 끈으로서

임시변통으로 만드는 질빵보다 질기다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할미밀망도 임시변통하는 덩굴이니까

할미질빵, 큰질빵풀, 큰잎질빵이라는 이름들이 맞기는 하다.

그런데 '질빵'이 왜 '멜빵'이 되었는지 짐작이 가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더 무거운 짐을 지게하려고

사위질빵보다 훨씬 질긴 이 덩굴로 '질빵'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미운 시어미는 '멜빵'처럼 튼튼한 이 덩굴로 많이 지고가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할미멜빵’은 왜 ‘할미밀망’으로 되었을까?

필시 할미가 이가 빠져나갈 때마다 발음이 어눌해져서

‘멜빵’이 ‘밀빵’이 되었다가 ‘밀망’으로 되어 갔으리라....

해학이 깊은 우리 꽃 이름이다.

 

2009. 8월에 쓴 글을 2012. 11. 22에 고쳐 쓰다.

꽃이야기 102.

 

 

 

 

 

사위질빵

Clematis apiifolia DC.

 

산자락에 나는 낙엽 덩굴나무. 길이 3m 가량.

7 ~ 9월 개화. 꽃의 지름 2cm 정도.

5~6 송이의 꽃이 총상화서로 달린다.

한국(전역), 일본, 중국에 분포한다.

[이명] 질빵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