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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한여름의 숲과 들

고삼, 나는 도둑놈이로소이다.

 

고삼

Sophora flavescens Solander ex Aiton

 

산과 들에 나는 콩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80~ 120cm.

뿌리는 비대하고 매우 쓴맛이 나며, 줄기는 곧게 선다.

6~8월 개화. 열매는 씨와 씨 사이가 잘록한 염주 모양이다.

뿌리는 장염, 황달, 식중독, 심장병 등에 약용한다.

한국(전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도둑놈의갈고리, 너삼, 뱀의정자나무, 능암(북한명)

 

 

 

 

나는 '고삼'이라는 말만 들어도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인생의 꽃다운 시절에 세상 짐 다 짊어진 듯한 죄 없는 죄인,

'高三'은 '청춘의 족쇄'라는 말에 다름이 아니다.

 

고삼(苦蔘)이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이 있다.

이 식물을 보면 단지 그 이름 때문에, 풍성한 꽃차례가

오만 가지 걱정거리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듯이 보인다.

 

원래 '苦蔘'은 한약재로 쓰는 이 식물의 뿌리였는데,

용담이나 현호색럼 한약재명이 바로 식물명이 된 것이다.

苦蔘은 '쓴 인삼'이라는 뜻이다. 인삼이 본래 쓴 것인데

‘쓴 인삼’이라고 하니 얼마나 쓴지 상상이 닿지 않는다.

 

 

고삼에는 '도둑놈의지팡이'라는 고약한 별명이 붙어있다.

그 수상한 이름에는 직감적으로 혐의가 가는 옛일이 있다.

 

1970년대 이전에는 도둑질이 쉬운 허술한 집들이 많았다.

골목길을 지나는 사람이 창을 통해 방안을 엿볼 수도 있고,

집안으로 쉽게 넘어 들어갈 수도 있었다.

그 시절에는 이런 창문으로 끝이 꼬부라진 지팡이를 밀어 넣어서

벽에 걸린 옷가지나 가방들을 훔쳐내는 도둑이 많았다.

이런 옛일을 생각하면 긴 꽃대에 꽃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고삼이

왜 '도둑놈의지팡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는지 짐작이 되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도둑을 맞지 않는 방법이 한 가지 있기는 하다.

‘무소유’의 삶을 살고 가신 어느 스님의 가르침대로

소유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도둑맞을 것이 없을 터이다. 

 

할 수만 있다면 그 스님의 보석 같은 가르침을

내 마음 속 지팡이에 주렁주렁 꿰어 보고 싶다.

그런 상상을 하면서 꽃을 대하면 고삼의 연두색 꽃들이

신라 금관에 달린 영롱한 곡옥(曲玉)으로 보인다.

 

 

2013. 1. 30.

꽃이야기 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