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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한여름의 숲과 들

추억으로의 긴 여행, 박주가리

 

 

박주가리

Metaplexis japonica (Thunb.) Makino

 

들에 나는 박주가리과의 덩굴성 여러해살이풀.

길이 3m 이상. 상처를 입으면 흰색 유액이 나온다.

7~8월 개화. 씨의 털은 인주용, 어린 씨는 식용한다.

한국(전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나의 왼손 검지에는 어릴 적에 낫으로 베인 상처가 지금도 남아있다.

아홉 살 무렵에 소꼴을 베다가 낫질이 서툴러서 꽤 깊게 베었다.

같이 꼴을 베던 동네 형이 얼른 손가락에다 오줌을 누라고 했다.

피가 줄줄 흐르는 상처에 오줌을 누니까 더욱 따가웠다.

피와 눈물과 오줌, 이 세 가지 액체를 한꺼번에 쏟아내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소독을 시킨 것이다.

 

그 사이에 그 형은 어디서 제법 누른색이 도는 박주가리 열매를 따왔다.

약간 고소하고 단 맛이 있어서 가끔 심심풀이로 까먹기도 했던 열매였다.

그 형은 솜처럼 보송송하고 푸짐한 박주가리 씨앗들을 꺼내서 상처에 얹고는

낫으로 자기의 베저고리 아랫단을 길게 찢어내서 내 손가락을 동여매주었다.

 

박주가리 씨의 풍성한 솜털은 이렇게 내 상처를 치료하기도 했지만,

도장을 찍는 인주(印朱)의 재료로 쓰였다고 한다.

21세기에 태어난 세대는 도장과 인주를 박물관에서나 보게 될 것이다.

그 씨앗의 풍성한 털은 약솜이나 인주로 쓰라고 달린 것이 아니라

씨앗을 바람에 잘 날리게 해서 종자를 멀리 퍼뜨리는 수단이다.

그래서 박주가리의 꽃말이 ‘긴 여행’이 되었지 싶다.

 

 

박주가리라는 이름은 늦가을에 열매가 반으로 쪼개지면서

씨앗들을 바람에 날려 보내고 남은 껍데기에서 나왔을 것이다.

바가지로 쓰기에는 좀 모자란 듯한 '박 쪼가리' 정도로 여기다가

‘박주가리’라고 부르게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손가락의 상처를 볼 때마다 어린 시절이 그리워진다.

요즘 세상에 자기 옷을 서슴없이 찢어서 상처를 싸매 주는

베옷 같이 순수하고 소박한 인정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열한 살 먹은 아이가 어쩌면 그렇게 어른스러울 수 있었을까.

 

요즘 아이들은 그 시절의 시골 소년보다 훨씬 많은 교육을 받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처럼 지혜롭고 야무지게 대처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자연이라는 위대한 스승으로부터

마지막 수업을 받은 행복한 세대일는지도 모른다.

 

박주가리를 만나면 '긴 여행'이라는 그 낭만적인 꽃말처럼

아슴푸레한 추억의 오솔길을 따라 긴 여행을 떠나곤 한다.

 

 

 2013. 2. 6.

꽃 이야기 145.

 

 

 

 

 

 

왜박주가리

Tylophora floribunda Miq.

 

산지에 자라는 덩굴성 여러해살이풀.

가는 줄기가 1.5~2m 정도까지 뻗는다.

6~7월 개화. 꽃의 지름이 5mm 미만으로 작다.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나도박주가리, 양반박주가리, 양반풀, 좀양반풀

 

 

 

 

 

 

 

 

 

 

 

덩굴박주가리

Cynanchum nipponicum Matsum.

 

산지의 습기가 많은 땅에 자라는 덩굴성 여러해살이풀.

길이 40~100cm. 7~8월 개화. 꽃의 지름은 7~8mm.

뿌리를 약용한다. 한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흑박주가리

Cynanchum nipponicum var. glabrum (Nakai) H. Hara

 

산이나 들의 습지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50cm 가량.

줄기의 아랫부분은 곧게 서고 윗부분은 덩굴성으로 자란다.

7~8월 개화. 한국(중부 이남),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검정박주가리

 

 

 

 

 

 

 

 

 

 

 

 

 

산해박

Cynanchum paniculatum (Bunge) Kitag.

 

산이나 들의 풀밭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60cm 가량.

6~7월 개화. 뿌리는 약용한다. (강장제, 해열제, 이뇨제)

한국(전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산새박, 신해박, 백간초

※ 주로 산에서 자라며, 열매가 작다는 뜻으로 ‘산새박’ 또는

‘산해박’이 되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백미꽃

Cynanchum atratum Bunge

 

산지에 주로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60cm 가량.

줄기는 곧게 서며, 줄기를 꺾으면 흰색 유액이 나온다.

5~7월 개화. 뿌리와 뿌리줄기를 백미(白薇)라 하여 약용한다.

한국, 일본, 중국, 몽골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아마존, 털개백미, 털백미

 

 

 

 

 

 

 

 

 

 

민백미꽃

Cynanchum ascyrifolium (Franch. & Sav.) Matsum.

 

산이나 들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30~60cm.

줄기는 곧게 서며, 가지는 갈라지지 않는다.

5~6월 개화. 뿌리는 약용(해열제, 기침약)한다.

한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개백미, 민백미, 흰백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