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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한여름의 숲과 들

파리끈끈이의 원조, 파리풀

 

파리풀

Phryma leptostachya var. asiatica H. Hara

 

산과 들의 그늘진 곳에 나는 파리풀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50∼70cm.

6~9월 개화. 전초를 짓찧어 종기, 옴, 벌레 물린 데 등에 해독제로 쓴다.

열매 끝부분에 갈고리가 있어서 동물의 몸에 붙어 씨앗을 퍼뜨린다.

한국, 일본, 중국, 히말라야산맥, 북아메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꼬리창풀

 

 

 

 

파리풀은 1과 1속 1종 밖에 없는 독특한 풀이다.

다시 말하면 이 풀과 비슷한 그 어떤 풀도 지구상에 없다는 뜻이다.

아시아와 북아메리카의 다양하고 광대한 지역에 퍼져있으면서도

이처럼 단일한 형질을 유지하고 있는 식물이 또 있을까 싶다.

 

 이 풀은 6월부터 9월까지 넉 달 동안 작은 꽃을 피워내는데,

여느 식물들과는 다르게 꽃마다 한 개의 씨앗만 만든다.

일가친척도 없이 큰 욕심도 부리지 않고 또박또박 저축해서

티끌모아 태산을 이루듯 자수성가한 알부자라고나 할까?

 

파리풀은 옛날에 뿌리를 짓찧어 즙을 내어 종이에 먹인 다음

파리를 잡았기 때문에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요즈음도 쓰고 있는 파리 끈끈이의 원조인 셈이다.

파리풀의 중국 이름 ‘승독초(蠅毒草)’는 파리독풀이라는 뜻이고

일본 이름 ‘하에도꾸소’도 승독초의 일본식 발음이다.

 

 

나의 유년은 파리들이 아이들을 짝사랑하던 시절이었다. 

얼굴이나 팔다리에는 땟국물이 꾀죄죄하게 흐르고

상처나 종기가 없는 말끔한 아이가 거의 없을 정도였으니,

아이들은 파리의 좋은 놀이터이자 식사 장소였다. 

 

학교에서는 성냥갑에 파리를 가득 잡아오라는 숙제도 내줬는데

그 무렵의 작은 성냥갑에는 200마리가 족히 들어갔었던 것 같다.

또 학교의 큰 통시에 구더기가 생기지 않게 한다고

할미꽃 뿌리를 열 개씩 캐어오라는 숙제도 여러 번 해간 기억이 있다.

 

요즈음도 우리 생활 주변에 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옛날에 비해서는 만분의 일이나 될까 싶다.

파리가 알을 낳는 재래식 화장실이 거의 사라지고,

고성능 살충제가 가정과 도시와 들녘을 장악한 덕분이다.

 

문득 생각해보니 우리 주변에서 파리가 줄어든 만큼이나

제비들도 여간 만나기 어려워진 것이 아니다.

귀찮기만 한 파리들이 줄어든 일을 슬퍼할 까닭은 없지만

이러한 반 생태적 환경의 변화 속에서

인간만이 잘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2013. 1. 16.

꽃 이야기 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