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1/한여름의 숲과 들

어머니의 뜰에 심었던 꽃, 원추리

 

원추리

Hemerocallis fulva (L.) L.

 

산지에 나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80cm 가량으로

잎의 길이와 거의 같다. 6~8월 개화. 꽃의 길이 10cm 가량.

속명 ‘Hemerocallis’는 하루 만에 시든다는 뜻이다.

관상용, 어린잎과 꽃봉오리는 식용한다.

한국,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겸첩넘나물, 넘나물, 들원추리, 큰겹원추리, 홑왕원추리

 

 

 

 

 

원추리는 우리나라 어디서나 피는 꽃이다.

동네 어귀며 산자락 같은 가까운 곳에서도 볼 수 있고

높은 산꼭대기며 바닷가 언덕이나 무덤가에서도 흔히 자란다.

이처럼 거의 모든 곳에서 볼 수 있는 꽃은 별로 없다.

어떤 환경에서도 잘 사는 건 그만큼 생명력이 강한 것이다.

 

화사한 원추리 꽃을 보면 마음까지 밝아진다.

원추리의 옛 이름이 ‘훤초(萱草)’였으니

우리말에 ‘훤하다’라든가, ‘훤칠하다’라는 표현도

원추리 훤(萱)에서 나왔을는지 모를 일이다.

 

이 꽃을 보면 근심도 사라진다며 ‘망우초’忘憂草라고도 불렀고,

부인이 임신을 했을 때 이 꽃을 몸에 지니면

아들을 낳는다고 해서 ‘의남초(宜男草)’라고도 했다니

우리 조상들의 원추리 사랑이 예사롭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유교 사상이 지배하던 시대에 ‘아들’의 존재는

집안이 흥하느냐 망하느냐의 기준이 될 정도로 절대적이었다.

그 시대에는 제사를 통해 죽은 부모도 살아있는 듯 모셨고,

제사를 지내줄 아들의 존재는 자신의 분신과 같았다.

원추리를 몸에 지니면 그런 아들이 생긴다고 하였으니

그 시대에 원추리는 참 귀한 대접을 받던 꽃이었으리라.

 

원추리가 그렇게 좋은 꽃으로 여겨지다 보니,

집안일을 며느리에게 맡기고 뒤채로 물러앉은 어머니의 뜰에

세상 근심 걱정 다 잊으시라고 원추리를 심었다고 한다.

지금도 타인의 어머니를 높여 부를 때 쓰는 ‘훤당(萱堂)’은

어머니의 뜰에 원추리, 즉 훤초를 심은 데서 나온 말이다.

 

사실 말이 뒤채고 훤당이지 지금 남아있는 옛 가옥들을 보면

웬만한 부잣집이 아니고는 뒤채가 따로 있는 집은 거의 없다.

어머니가 살아계셨어도 내겐 따로 모실 뒤채도 없거니와,

무덤 앞에나마 원추리 몇 포기 심어드린다고

마음먹은 일도 벌써 몇 해를 넘기고 있다.

 

 

2013. 1. 31.

꽃이야기 135.

 

 

 

 

 

 

왕원추리

Hemerocallis fulva f. kwanso (Regel) Kitam.

 

산과 들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m 이상.

보통 원추리보다 꽃이 크고 색이 짙다. 7~8월 개화. 

관상용, 어린순은 식용, 뿌리는 약용한다.

한국(중부 이남),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가지원추리, 겹원추리, 수넘너물

 

 

 

 

 

노랑원추리

Hemerocallis thunbergii Baker

 

산과 들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m 이상.

6~7월 개화. 꽃이 원추리보다 훨씬 밝은 노랑색이다.

저녁 무렵에 꽃이 피었다가 다음 날 아침에 지므로

‘저녁원추리’라고도 한다. 한국, 일본에 분포한다.

[이명] 골잎원추리, 저녁원추리(북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