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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아지랭이피는 들녁

산자고(山茨菰)의 이름에 대한 오해

 

산자고

Tulipa edulis (Miq.) Baker

 

양지바른 풀밭에 나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20cm 가량. 3~4월 개화. 전초를 식용한다.

한국(중부 이남),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까치무릇(북한명), 물구, 물굿

 

 

 

 

 

 

놀부가 대박이 터졌다는 흥부네 집에 다녀오는 길이다.

놀부 욕심에, 보이는 것 중에 짊어질 수 있는 가장 큰 것,

예쁜 화초장 하나 짊어지고 돌아오는 대목이다.

"화초장이라고 했겄다? 화초장, 화초장, 초장화초장화초...

장화초? 아닌디? 초장화? 이것도 아닌디? 아이구 모르겄네..."

 

'산자고'처럼 한자어로 된 꽃 이름은 기억하기가 어렵다.

산자고를 '고산자'(高山子/김정호)라고 부르는 사람도 보았다.

이 이름을 처음 들은 사람은 놀부가 화초장 이름 헷갈리듯이

고산자, 자고산, 산고자 등으로 제멋대로 외우고 있다.

 

의미가 이해되지 않으면 궁금한 것이 인지상정이고,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는 잠깐의 수고로 산자고(山慈姑),

즉 '산에 계신 자애로운 시어머니'라는 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릇된 정보가 여과 없이 확산된 것이다.

 

중국 의서인 본초서에서 ‘山慈姑’는 약난초의 뿌리로 나와 있다. 

우리 국명의 산자고는 한자로 ‘山茨菰’로 표기되는 식물로서,

우리말 이름은 ‘까치무릇’이고 약용으로 쓴다는 기록은 없다.  

 

 

인터넷에서는 까치무릇'山茨菰'가 약난초의 ‘山慈姑’로 둔갑을 해서

'자애로운 시어머니'가 되고, 이와 관련된 전설은 지금도 생산되고 있다. 

동의보감에서 ‘무릇’의 약재명이 ‘야자고野茨菰’라고 나와있다.

‘산자고 山茨菰’는 이 ‘야자고 野茨菰’와 상대가 되는 이름인 듯하다.

 

우리말에 ‘까치’가 접두사로 쓰이면 ‘이른’이라는 뜻이 된다.

까치는 동네 높은 나무에 앉아서 낯선 사람이 오면 울었기 때문에,

예로부터 소식을 미리 알려주는 전령이며 길조로 여겨졌다.

까치설날은 '이른 설'이고 까치무릇은 일찍 피는 무릇이다.

이렇게 뜻이 분명하고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을 두고

굳이 남의 나라에서 붙인 약재 이름을 국명으로 했을까?

 

다행스럽게도 북한에서는 ‘까치무릇’을 정명으로 쓰고 있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꽃 이름도 하나로 정해야 할 것이니

사려 깊은 학자들이 ‘까치무릇’으로 바로잡아주기를 기대한다.

 

 

2007. 4.   꽃이야기 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