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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아지랭이피는 들녁

태엽의 원조, 꽃마리

 

꽃마리

Trigonotis peduncularis (Trevir.) Benth. ex Hemsl.

 

산이나 들, 밭의 메마른 곳에 나는 지치과의 두해살이풀.

높이 10~30cm. 4~7월에 개화하며 꽃의 지름은 2mm 정도다.

어린순은 식용한다. 한국 및 아시아의 온대, 유럽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꽃따지, 꽃말이, 잣냉이

 

 

 

 

 

 

백여 년 전에 우리나라에 왔던 어느 미국인 선교사 부인이

꽃마리를 물망초로 알고 그녀가 쓴 책에 기록으로 남겼다.

물망초와 꽃마리는 그렇게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이나,

유럽이 원산지인 물망초가 꽃이  더 크고 풍성하게 달리는 편이다.

 

꽃마리는 꽃차례가 어린 고사리 순처럼 도르르 말려 있다가

서서히 풀리면서 하루에 한 개씩 작은 꽃을 피워낸다.

그래서 ‘꽃말이’라고 부르던 것이 ‘꽃마리’가 되었다고 한다.

 

 

꽃마리의 꽃차례에는 여러 가지 봄의 색깔이 들어있다.

아직 꽃이 피지 않은 꽃봉오리는 연분홍색이고,

막 피어난 꽃은 연한 하늘색인데 가운데가 노랗다.

그 아래에 있는 꽃 한두 개는 그 전 날 피었던 꽃으로,

새로 핀 꽃이 곤충을 부르는 일에 들러리를 서준다.

그 꽃들은 수분을 마쳤다는 표시로 가운데가 흰색으로 변해 있다.

 

누군가 꽃마리는 ‘시계의 태엽이 풀리듯이’ 핀다고 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어쩐지 앞뒤가 바뀐 듯한 느낌이 든다.

태엽은 한자로 ‘처음 태(胎)’ ‘잎 엽(葉)’자를 써서 ‘胎葉’으로 표기한다.

이 한자어의 뜻을 보면 ‘태엽’이라는 기계장치의 이름은

꽃마리의 새순이 풀리는 모양에서 유래되었으리라고 짐작이 된다.

 

그렇다면 “꽃마리는 시계의 태엽이 풀리듯이 꽃이 핀다”라는 말은

“시계의 태엽은 꽃마리의 꽃이 피듯이 풀린다”라고 해야 맞다.

흔히 좋은 경치를 보고 “그림처럼 아름답다”고 하기도 하지만

따져보면 “그 에미가 아이를 닮았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면

우리의 삶이 이미 자연과 너무 멀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요즘 아이들은 그나마 태엽이 무엇인지도 모를 것이다.

‘태엽’이라는 명사는 꽃마리와 같은 자연에서 태어나

시계나 유성기, 옛날 장난감의 동력장치 속에서 성장하다가

머지않아 기계문명의 박물관에 묻히고 잊혀져갈 것이다.

 

잊혀져간다는 것은 어떤 존재에게도 슬픈 일이다.

‘날 잊지 말아라’는 물망초나 꽃마리는 아주 비슷한 꽃이다.

꽃마리는 화르르 피었다가 속절없이 사라지는 꽃들과 달리

날마다 태엽을 조금씩 풀어내면서 ‘날 잊지 말아라’고 한다.

 

 

2009. 7.    꽃 이야기 121

 

 

 

 

 

 

참꽃마리

Trigonotis radicans var. sericea (Maxim.) H. Hara

 

산이나 들의 습한 곳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0~15cm.

4~7월에 개화하며, 꽃은 하늘색이다.  지름 8~10mm.

어린 순을 식용하며, 한국(전역), 일본, 중국 동북지방에 분포한다.

* 이 꽃은 꽃차례가 말리지 않는다. 꽃마리의 어원이 ‘꽃말이’에서 왔다면,

꽃이 말리지 않는 꽃에 ‘참’이란 접두사를 붙인 것이 ‘참’ 못마땅하다.

이 꽃의 이명에 ‘참꽃마리’말고도 쓸만한 이름이 많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명] 뿌리꽃마리, 왕꽃마리, 조선꽃마리, 좀꽃마리, 참꽃말이, 털꽃마리

 

 

덩굴꽃마리

Trigonotis icumae (Maxim.) Makino

 

산이나 들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7~20cm.

줄기는 옆으로 눕고,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가지가 길게 자라

덩굴성이 된다. 5~6월에 지름 10mm 가량의 연한 하늘색 꽃이 핀다.

* 참꽃마리가 잎과 꽃이 번갈아 규칙적으로 달리는 반면에

덩굴꽃마리는 꽃이 줄기 끝에 뭉쳐 달리는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대구, 경북 내륙 지방과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덩굴꽃말이

 

 

 

왜지치

Myosotis sylvatica Ehrh. ex Hoffm.

 

지치과 개꽃마리속의 여러해살이풀.

물망초(Myosotis alpestris F.W.Schmidt)와 같은 속으로,

실제로 물망초와 가장 비슷하게 닮았다.

한국(백두산 일대) 및 북반구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이명] 숲꽃마리, 숲물망초

 

 

 

꽃받이

Bothriospermum tenellum (Hornem.) Fisch. & C.A.Mey.

 

들의 양지에 드물게 나는 한해살이풀 또는 두해살이풀. 높이 5~30cm.

꽃마리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꽃차례가 꽃마리처럼 말리지 않는다.

*꽃마리는 꽃 가운데가 노란색이었다가 수분을 마치면 희게 변하지만

꽃받이는 꽃 가운데가 처음부터 흰색이다.

[이명] 나도꽃마리, 꽃마리, 꽃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