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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아지랭이피는 들녁

아주 오래된 성냥개비, 솜나물

 

솜나물

Leibnitzia anandria (L.) Turcz.

 

산자락의 양지바른 곳에 나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0~20cm.

잎 뒷면과 줄기에 솜털 같은 섬모들이 있다가 여름에 사라진다.

어린잎은 식용, 식물체를 말린 것을 대정초(大釘草)라 하며 약용한다.

3월 말 ~ 5월 개화. 가을에는 폐쇄화가 피어 봉오리상태로 결실한다.

한국(전역), 일본, 동북아시아에 분포한다.

[이명] 부싯깃나물, 까치취

 

 

 

 

솜나물은 여러 번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이른 봄에 진분홍색으로 꽃을 피울 듯하다가도

활짝 피고 나면 분홍색은 꽃잎 뒤로 숨어 버린다.

가을엔 훨씬 긴 꽃대를 올려서 꽃이 필 듯 말 듯 하다가

느닷없이 연한 갈색의 털보송이로 변신한다.

 

 

이른 봄에 피는 솜나물은 한 뼘이 못되는 키에 작고 하얀 꽃을 피운다.

솜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잎과 줄기에 미세한 솜털이 많이 달려서

솜처럼 하얗게 보이는데다가 잎을 나물로 먹었기 때문이다.

가을에 피는 것은 한 뼘 반 정도까지 자란다.

꽃봉오리는 봄꽃보다 훨씬 크지만 폐쇄된 상태에서 자가 수분을 하고나면

바로 갈색의 씨앗을 만들어 바람에 날린다.

 

(가을의 폐쇄화와 종자가 여문 모습, 우측사진)

 

솜나물은 '부싯깃나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이 풀을 잘 말려서 부싯돌에서 불을 붙였기 때문이다.

부싯깃나물이라고 하니 갈색의 면봉처럼 보이는 종자가

커다란 성냥알갱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1880년에 우리나라에 처음 성냥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솜나물이 성냥알갱이 역할을 한 셈이다.

 

우연히도 성냥이 들어온 지 꼭 100년 만인 1980년에

일회용 라이타가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하게 된다.

이 간편한 물건이 나오면서 300여 개나 되던 성냥공장들이

급속히 문을 닫기 시작하더니 2010년에 이르러서는

단 하나의 성냥공장만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그나마도 적자가 쌓여서 문을 닫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한다.

 

머지않아 성냥 구경도 어려울 것 같아서

시골 구멍가게에 가서 오래된 통성냥 한 곽을 사다 놓았다.

언젠가 손자들이 생기면 ‘성냥팔이 소녀’ 동화를 읽다가

‘할부지, 성냥이 모야?’하고 물어볼 것 같아서다.

 

 

2012. 11. 16.

 꽃이야기 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