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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바닷가에 피는 꽃

꽃잎 없는 꽃을 피우는 수송나물과 솔장다리

 

수송나물

Salsola komarovii Iljin

 

바닷가 모래땅에 자라는 명아주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10~40cm.

잎의 길이는 1~3cm로 솔잎처럼 생기고 통통하며, 끝이 뾰족하다.

줄기 밑 부분에서 가지들이 비스듬히 자란다.

7~8월 개화. 꽃이 잎겨드랑이에 달리며 풍매화로 꽃잎이 없다.

어린잎을 식용한다. 한국(전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가시솔나물

 

 

장다리

Salsola collina Pall.

 

바닷가 모래땅에 자라는 명아주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30cm 가량.

잎의 길이는 대부분 3cm 정도로 수송나물보다 길게 보인다.

수송나물의 줄기가 밑에서 비스듬히 퍼지는데 비해서 솔장다리는

가운데 줄기가 곧게 자라며 가지를 낸다.

7~8월 개화. 꽃이 가지 위쪽에 돌려나듯이 핀다. 어린잎을 식용한다.

한국(중부 이북), 중국, 시베리아, 유럽 등지에 분포한다.

 

 

 

 

 

어느 가을날 바닷가에서 낯선 풀을 만났다.

한 뼘 정도의 높이에 꽃 비슷한 것을 달고 있기에

자세히 보니 꽃이 지고 난 뒤의 꽃받침이었다.

 

수소문 끝에 그 식물이 '수송나물'이라는 것을 알았고,

'솔장다리'라는 비슷한 식물이 있는 것도 덤으로 알게 되었다.

그 후 몇 년 동안 두 식물 이름의 유래를 알아보다가

실마리를 찾지 못해서 기어이 소설을 쓰고 말았다.

 

(봄에 나온 수송나물(왼쪽)과 솔장다리(오른쪽) . 어린 소나물를 닮았다. 인디카 사진)

 

수송나물과 솔장다리에 공통으로 들어간 주제는 '솔'이다.

이 식물들의 어린 싹이 소나무 싹을 닮아서 그렇게 추리해보았다.

그렇다면 수송나물은 바닷가에 있으니 물 수(水), 솔 송(松)이고,

솔장다리는 수송나물보다 늘씬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소설이 그럴싸하게 되면 마음이 개운해지고,

그 식물 이름들이 내 기억 창고에 편안하게 자리 잡는다.

이렇게 풀어놓으니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닮은 두 식물을

이름으로 가려내기도 쉬워서 스스로 흡족하였다. 

 

그런데 이 두 식물의 꽃이 아주 별나게 생겼다.

이 꽃들은 풍매화라서 꽃잎을 만들 필요가 없다.

먼저 암술을 내어서 수분이 되면 다섯 개의 수술이 나와서

늦게 피는 다른 꽃에게 꽃가루를 날려 보낸다.

그리고는 접시모양의 꽃받침 가운데서 씨앗을 키운다.

꽃잎은 없고 꽃받침과 꽃술만 있는 희한한 꽃이다.

 

이 식물들은 생명력과 번식력이 강해서 새로 생긴 모래땅에

가장 먼저 싹을 틔우므로 사구(砂丘)의 프런티어라는 별명이 붙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억세게 살아남으려다 보니 그랬는지

봄에 야들야들하던 새싹이 가을이 되면 가시나무처럼 변한다.

 

사람들도 나이가 들수록 완고해지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그런 사람들은 그 경직과 완고함이 가시처럼 굳어진다.

반대로 주름이 늘수록 생각이 유연해지는 사람도 있다.

그런 분들은 늘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는 노력과

이해를 넓히는 공부에 게으르지 않은 듯 보인다.

 

2013. 1. 22. 꽃이야기 127

 

(수송나물의 꽃. 꽃술은 사라지고 꽃받침 가운데 씨앗이 자라고 있다.

어린잎은 나물로 먹을 수 있으나 가을이 되면 줄기와 함께 딱딱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