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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바닷가에 피는 꽃

근거 없는 루머에 시달리는 만수 삼촌

 

만수국아재비

Tagetes minuta L.

 

바다가 가까운 풀밭에 자라는 국화과의 한해살이풀.

높이 20~80cm. 7~10월 개화. 한국(중남부)에 귀화.

※ 많은 자료에서 '쓰레기풀'이라는 이명을 제시하고 있으나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는 다행히도 이 이명을 쓰지 않는다.

 

 

 

 

만수국이라는 조금은 촌스러운 이름을 가진 화초가 있다.

우리에게는 메리골드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식물로

정확한 영어 이름은 French marigold, 즉 프랑스금잔화다.

봄부터 가을까지 꽃을 피우고 향기가 좋아서 화단에 많이 심는다.

꽃을 아주 오래 피워서 만수국(萬壽菊)이 되었지 싶다.

 

야생화인 '만수국아재비'는 만수국의 삼촌 쯤 된다.

우선 같은 국화과의 식물로서 만수국처럼 오래도록 꽃을 피우고,

특히 이국적이고 강한 향기와 잎의 모양이 많이 닮았다.

 

만수국아재비는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귀화식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에 민주지산 자락에서 처음 발견되었지만,

실제로 군락을 이루어 흔히 볼 수 있는 곳은 서남 해안 지역이다. 

 

그런데 이 풀에는 쓰레기풀이라는 고약한 별명이 붙어 다닌다.

이 '쓰레기풀'을 아예 정명으로 쓰는 책이 있을 정도다.

그 근거는 길가나 쓰레기더미에서 흔히 자라며,

쓰레기처럼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왜곡된 정보는 인터넷에서 많이 돌아다니는데

나 역시 이 풀을 만나기 전에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실제로 내가 만난 이 꽃의 향기는 강렬하고 달콤하며 이국적이었다.

남미에서 왔다고 들어서인지 삼바의 열기가 느껴지는 듯도 하고

취향에 따라서는 고급 향수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이 향기가 쓰레기 냄새로 둔갑을 하게 된 사연을 유추해보았다.

 

귀화식물은 무역선의 컨테이너에 종자가 묻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그 식물의 씨앗은 부둣가의 허름한 곳에서 일단 싹을 틔우고

몇 년 동안 눈치를 보며 좋은 곳으로 이사 갈 궁리를 한다.

그런 곳은 항구의 쓰레기가 방치된 곳이기 십상이고,

그 쓰레기 냄새에 이 꽃의  향기가 뒤섞여서 사람들의 오해를 샀을 가능성이 많다.

 

아무튼 만수 삼촌처럼 친근한 느낌을 주는 만수국아재비가

근거 없는, 사실은 오해를 살만한 과거가 좀 있기는 하지만,

오해로 얻은 별명으로부터 자유로워 졌으면 좋겠다.

 

'쓰레기풀'이라는 이름이 고약해서 라기보다는

이름을 가지고 지어낸 풀이가 사실과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려운 시절에 궁색하게 지냈던 모습을 가지고

평생 따라다니는 별명을 삼은 일도 군자다운 일이 아니다.

 

 

2009. 12. 14.  꽃 이야기 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