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2/그 곳에만 피는 꽃

징소리와 함께 물러나는 쇠채

 

쇠채

Scorzonera albicaulis Bunge

 

산기슭의 양지나 바닷가 풀밭에 나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30∼100cm. 줄기가 흰 털로 덮여 있고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7∼8월 개화. 어린 순을 나물로 먹는다.

한국, 중국,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미역꽃, 쇄채

 

 

 

 

 

 

쇠채는 만나기가 쉽지 않은 풀이다.

이름 모를 작은 저수지 둑에서 처음 쇠채를 만났을 때,

그 모양새가 어쩐지 원시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무심코 보더라도 뭔가 원시적 냄새가 나는 까닭인즉슨

야구공만큼 벙글은 씨앗 방망이에 우선 혐의가 갔다.

 

어떤 분이 이 씨앗 뭉치가 징을 치는 방망이인 ‘징채’를 닮아서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을 법하다는 이야기를 쓴 것을 보았다.

징도 쇠의 일종이므로 징채를 쇠채라고도 불렀기 때문이다.

또 ‘소가 먹는 나물’이라는 뜻의 '쇠채'라는 유래설도 있지만,

오랜 세월동안 자연스레 붙은 풀이름의 내력을 알기는 어렵다.

 

‘쇠채’처럼 오래된 듯한 이름이 붙은 식물이

요즘에 아주 보기 힘들 정도로 희귀해졌다면

그 종은 쇠퇴의 길로 들어섰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래도 너무 큰 날개를 단 씨앗이 문제인 듯 보였다.

 

 

막대사탕만한 민들레의 씨앗 뭉치에서 떨어져 나온 낱낱의 씨앗이

상승기류를 타면 40킬로미터, 즉 백리를 날아간다고 한다.

어른 주먹만 한 쇠채의 씨앗 방망이에 붙은 낱개의 씨앗은

센 바람에 우산이 뒤집어진 모양을 하고 있는데,

얼핏 보아도 민들레 씨보다는 훨씬 멀리 날아가게 생겼다. 

 

그렇다면 이 땅에 이 씨앗이 무작정 날아가 싹을 틔울만한 땅이 있을까?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지금 우리나라에는 울창한 삼림과

사람이 알뜰하게 이용하는 땅, 두 가지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험한 산악지대를 빼고 나면 단연 인구밀도 세계 1위다.

요즘 들어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많이 낳자는 분위기는

급격한 인구 감소가 초래할 사회적 불안정을 염려한 것이다.

하지만 미래 한민족의 삶의 질을 생각한다면 우리 국토는 너무 좁다.

쇠채의 씨앗이 정처 없이 날아가 뿌리 내릴 땅은 없는 것이다.

 

쇠채라는 꽃의 이름이 왠지 ‘쇠퇴’한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옛날에 쇠채로 징을 치면 모든 것이 끝났다는 소리였고

싸움터의 징소리는 후퇴를 알리는 신호였다.

쇠채는 스스로 징을 울리고 사라져가는 식물인가...

 

 

2013. 1. 15. 꽃이야기 117

 

 

 

 

 

 

 

멱쇠채

Scorzonera austriaca subsp. glabra (Rupr.) Lipsch. & Krasch. ex Lipsch.

 

산이나 들의 양지에 나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30cm 가량.

잎이 미역처럼 생겨서 ‘미역쇠채’라고도 한다.

4~6월에 개화하며 전초의 모습은 민들레와 비슷하다.

연한 꽃줄기와 어린잎을 식용한다.

한국 및 동북아시아, 시베리아, 유럽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누은쇠채, 눈쇠채, 미역쇠채, 애기쇠채, 좀쇠채

 

 

 

 

 

 

쇠채아재비

Tragopogon dubius Scop.

 

논두렁이나 길 가에 나는 두해살이풀.

1999년 ‘한국 미기록 귀화식물(XV)’ (박수현)에

처음 소개된 귀화식물이다.

쇠채나 멱쇠채와 다른 속으로 분류되어있으나,

이 세 가지 식물은 모두 오전 중에만 꽃을 피우고

정오가 넘으면 꽃을 닫는 공통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