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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그 곳에만 피는 꽃

칠보산에 칠보치마가 없다니...

 

칠보치마

Metanarthecium luteoviride Maxim.

 

습지에 나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20~40cm.

8~20cm 길이의 잎이 처녀치마 모양으로 땅에서 퍼진다.

6~7월 개화. 꽃차례의 길이 3~20cm. 꽃의 지름 3mm 내외.

한국 (경남 남해), 일본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는 칠보산(七寶山)이라는 이름이 붙은 산이 많다.

북한에도 있고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에도 있다.

그 중에서 경기도에 있는 칠보산은 높이가 겨우 239m인데,

어찌해서 명산에나 붙음직한 이름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수원 지명 총람』에 나오는 칠보산 이름의 유래를 보면,

원래는 산삼, 맷돌, 잣나무, 황금 수탉, 호랑이, 절, 장사, 금(金)의

여덟 가지 보물이 있다고 해서 팔보산(八寶山)이라고 불렀으나,

한 장사꾼이 황금 수탉을 가져가 버려서 '칠보산'이 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이 여덟 가지 보물들은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보물이고

요즘 야생화를 즐겨 찾는 사람들에게는 해오라비난초, 보풀,

키큰산국, 가는오이풀, 깨묵, 끈끈이주걱 등 서울 근교에서는

정말 보물 같이 귀한 식물들이 많이 사는 산으로 알려졌다.

 

칠보공예처럼 정교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칠보치마도

1970년대에 이 칠보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팔보산에서 한 장사꾼이 가져가버렸다는 황금 수탉처럼,

칠보치마도 누군가 이 산에서 가져가버린 모양이다.

아니라면 주변이 도시화되어서 살기가 힘들어 졌는지,

사람들이 많이 찾아서 훼손된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남해섬에서만 칠보치마를 볼 수 있다.

내게는 쇠붙이나 돌붙이 보석보다는 이런 꽃들이 보물인지라

이 귀한 꽃을 보려면 천리길을 가야만 했다.

많은 사람들이 찾다보면 '남해치마'도 남아나지 못할 것이니,

이제는 보고 싶은 마음조차도 접은 지 오래이다.

 

칠보산에서 칠보치마가 사라지고, 해오라비난초가 멸종 위기에 이르자

국립수목원과 몇몇 뜻있는 분들이 해오라비난초 자생지에

보호망을 설치한 일은 늦기는 했지만 잘 한 일이다.

 

그 일에 참여했던 한 분이  칠보치마를 몇 포기 데려다가

잘 키우고 있다는 풍문을 들었다. 고마운 일이다.

칠보치마 없는 칠보산이 어디 칠보산인가, 육보산이지....

 

2012. 11. 12 꽃이야기 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