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나들이 2/그 곳에만 피는 꽃

아름다운 동강의 수호천사 동강할미꽃

 

동강할미꽃

Pulsatilla tongkangensis Y.N.Lee & T.C.Lee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동강 일대의 바위틈에 자람.

꽃줄기의 높이 15~20cm. 3월 말~4월 개화.

꽃이 땅을 보고 피는 보통 할미꽃과는 달리 위를 향해 핀다.

꽃 색깔은 자주색, 보라색, 분홍색, 흰색 등으로 다양하다.

한국특산식물

 

 

 

 

 

 

 

동강은 4억 5천만 년 전에 석회암 대지가 솟아오른 뒤,

2억 년에 걸친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하천이다.

동강을 병풍처럼 두른 기암절벽의 나이가 2억 살이고

그곳에 보금자리를 튼 동물과 식물들은

또 그만한 세월 동안 특별한 환경에 적응해왔다.

 

 1993년에 동강유역의 홍수로 영월읍의 절반이 잠기자,

수해 방지와 미래 물 부족을 핑계로 동강댐 건설이 추진되었고,

몇 년간의 소모적인 논쟁 끝에 댐 건설 계획은 백지화되었다.

수억 년 세월이 만든 대자연, 이 나라에 둘도 없는 비경을

한 번의 홍수를 빌미로 수장시키려한 미심쩍은 발상이었다.

 

 

지역 주민은 물론 전 국민적인 반대로 댐 건설이 무산되었지만,

그 때 동강을 지켜낸 수호천사는 동강할미꽃이었다.

동강이 반드시 보존되어야할 가치, 그 논의의 첫머리에 선

동강생태계의 대표가 바로 동강할미꽃이었던 것이다.

 

굽이굽이 기암절벽 아래 맑은 강물이 흐르는 비경에

분홍, 자주, 보라, 흰색의 꽃이 피는 봄날에는  동강할미꽃을 만나러 기어이 그 먼 길을 가지 않고는 배겨내지 못한다.

야생화를 즐겨 찾는 사람들은 해마다 성지순례라도 하듯

동강할미를 찾고 지역 주민들은 이에 화답하듯 축제를 벌인다.

 

 

 

동강 보전은 분명한 가치의 싸움이었고 제대로 결론이 났지만,

천성산 도롱뇽 싸움 같은 것은 부끄러워해야할 사람이 많다.

그것이 도롱뇽을 위한 싸움이 아니었음은 도롱뇽이 더 잘 알고 있다.

진흙탕 싸움 끝에 터널이 뚫리고 몇 년이 지난 뒤 어떤 기자는

'천성산 도롱뇽은 태연하게 염불만 잘 하고 있더라....'고 썼다.

 

동강할미꽃이나 천성산 도롱뇽이나 잘 보전되어서 다행이지만

앞으로도 개발과 보전이라는 가치의 충돌은 앞으로도 끝이 없을 것이다.

 

동강의 수호천사 동강할미꽃은 이렇게 말한다.

‘이 땅은 여러분들의 후손들에게 빌린 땅입니다.

깨끗하게 쓰시고 고이 물려주시기 바랍니다.’

 

 

 

2012. 11. 8. 꽃이야기 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