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가리풀
Centipeda minima (L.) A.Br. & Asch.
길가나 밭 또는 논둑 근처에서 자라는 국화과의 한해살이풀 .
줄기는 땅 위를 기면서 옆으로 10∼20cm 뻗는다.
8~9월에 잎겨드랑이에 지름 3∼4mm의 두상화가 1개씩 달린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와 호주, 북미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땅과리, 토방풀(북한명)
식물도감을 보면 두상화서(頭狀花序)라는 용어가 나온다.
민들레나 쑥부쟁이, 코스모스와 같은 국화과 식물의 꽃들이
대체로 이 ‘두상화서’로 꽃이 핀다고 책마다 나와 있다.
이 ‘두상화서’를 ‘머리모양 꽃차례’라는 우리말로 풀어 봐도
도대체 어디가 머리를 닮았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용어를 제대로 공감하지 못한 채로 여러 해를 보내다가,
중대가리풀을 만나고 나서야 체증이 쑥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중대가리풀'은 말 그대로 꽃차례가 중대가리를 쏙 빼닮아서
이 꽃이야말로 '두상화서'의 전형이자 원조임을 실감하게 된다.
보통 국화과의 꽃들은 이 두상(頭狀)이 솥뚜껑처럼 펑퍼짐하고,
가장자리에는 혀꽃이 달려서 머리 모양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지만
‘중대가리풀’은 꽃차례가 둥그스럼하고 혀꽃이 없어서
그 이름도 모양도 영락없는 까까머리, '두상'이다.
이 ‘중대가리’를 점잖은 말로 하면 ‘스님머리’가 되지만,
‘스님머리풀’이라고 하면 맛대가리 없어진다.
내 어릴 적의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봐도 그렇다.
옛날 내 고향 동네 깊은 산속에 고려 공민왕 때 지었다는
오래된 절에는 나이 든 대처승이 주지로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그 스님 앞에서는 ‘대사님, 대사님..’ 했지만,
그 스님이 없는 자리에서는 그냥 ‘○중’이라고 불렀다.
농삿일하다가 멀리서 지나가는 그 스님이라도 보일라 치면,
‘오뉴월 땡볕에 ○중 대가리 깨질라...’ 는 소리도 했다.
어린 나이에도 사람들이 그 중을 깔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 중의 아들이 시주함에서 돈이며 쌀이며 퍼내다가
읍내 술집 계집들 치마 밑에 다 쑤셔 넣는다는 둥,
아이 못 가진 여자들은 그 절에 가서 백일기도하면
씨 없이도 아이가 생긴다는 둥 수상한 소문이 돌았다.
‘중대가리풀’의 이름은 하루아침에 생긴 이름이 아니다.
우리 풀꽃의 이름마다 백성들의 묵시적 합의가 있다.
2013. 1. 14. 꽃이야기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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