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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여름과 가을사이

기억할 수 없는 내 어머니의 모습, 며느리밥풀

 

꽃며느리밥풀

Melampyrum roseum Maxim.

현삼과의 반기생 한해살이풀. 산지의 볕이 잘 드는 숲 가장자리에서 자람.

높이 30∼50cm. 잎은 길이가 5∼7cm, 폭이 1.5∼2.5cm, 긴 타원형으로 끝이 뾰족함.

포는 녹색. 꽃며느리밥풀의 변종인 털며느리밥풀, 수염며느리밥풀, 알며느리밥풀은

꽃며느리밥풀과 외형상 구분이 쉽지 않으며 모두 포가 녹색임.

애기며느리밥풀과 새며느리밥풀의 포는 붉은색, 또는 자주색임

7∼8월에 개화.  한국(전역)·일본 ·중국에 분포.

[이명] 꽃새애기풀,

 

 

 

 

붉은 입술에 하얀 밥알을 물고 있는 듯한 꽃이 있다.

밥을 훔쳐 먹었다는 시어미 구박에 억울하게 죽은 며느리가

밥알 두 개를 물고 있는 형상으로 피어났다는

애틋한 전설을 간직한 그 꽃은 ‘며느리밥풀’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 꽃 이름 중에 ‘며느리밥풀’은 없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아홉 가지나 되는 며느리밥풀이 있는데,

그 이름 앞머리마다 알쏭달쏭한 수식어들이 붙어있다.

이를테면, ‘꽃’, ‘털’, ‘수염’, ‘알’, ‘애기’, ‘새’ 같은 것들이다.

꽃을 보면서도 왜 그런 접두사를 붙였는지 알 수 없고,

식물분류학자라도 그 차이를 찾아내기가 어렵다.

자라는 환경도 다르고, 변종들 간에 자연교잡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무지개의 일곱 색깔에 금을 그어 나눌 수 없듯이 조금씩 다른 모습이다.

 

(어느 고운님 무덤가에 핀 애기며느리밥풀)

 

다만 학명을 보면 이 며느리밥풀들이 ‘꽃며느리밥풀(Melampyrum roseum)’과

‘애기며느리밥풀(Melampyrum setaceum)’의 두 집안으로 나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큰집은 ‘꽃며느리’가 맞이, 그 동서들이 ‘털’, ‘수염’, ‘알’ 며느리들이고,

이들은 모두 꽃을 받치고 있는 포(苞)가 녹색이다.

 

작은집은 ‘애기며느리’와 그 아랫동서인 ‘새며느리’ 뿐인데,

이들의 포는 붉은색이라서 큰집 며느리들과 확실히 다르다.

쉽게 말해서 포가 붉다는 것은 꽃송이 전체가 붉다는 말이다.

또 이들 중에 어떤 종은 흰 꽃이 피는 것이 새 품종으로 추가되었으니,

이 아이들은 소복을 한 청상(靑孀)으로 봐줄까?

 

나는 그 여러 가지 며느리밥풀 꽃들 중에 한 가지는 분명하게 알고 있다.

매년 추석, 어머니 산소에 성묘 가는 길가에 애기며느리밥풀이 무리지어 피어난다.

내겐 이 꽃의 전설이 사실처럼 느껴진다.

내 나이 겨우 두 살 무렵,

어머니는 스물 셋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삶을 거두셨다.

어머니 무덤으로 가는 솔밭 아래 해마다 피는 그 꽃은

기억할 수조차 없는 내 어머니의 모습에 다름이 아니다.

 

 

2012. 8. 28. 꽃이야기 69.

 

 

 

 

 

 

애기며느리밥풀

Melampyrum setaceum (Maxim.) Nakai

반기생 한해살이풀. 산지의 건조한 땅, 특히 소나무 숲 속에

잘 자람. 높이 30∼60cm.

꽃며느리밥풀에 비하여 잎이 매우 좁고, 포가 붉은 특징이 있음.

8∼9월 개화. 한국, 일본, 중국 동북부에 분포.

 

[이명] 가는잎며느리밥풀, 구름며느리밥풀, 금강산애기며느리밥풀, 맛며느리바풀, 백두산꽃며느리밥풀, 백두산바풀, 원산며느리밥풀, 원산바풀, 작은새애기풀(북한명),

큰애기며느리밥풀, 큰애기밥풀.

 

 

 

 

 

새며느리밥풀

Melampyrum setaceum var. nakaianum (Tuyama) T.Yamaz.

 

산지의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

높이 50cm 정도. 포는 달걀 모양, 붉은빛이 도는 자주색,

가장자리에 가시 모양의 돌기가 있음. 8∼9월 개화.

한국 특산종.덕유산, 지리산, 설악산, 오대산, 금강산,

묘향산 등지의 높은 산에 자람.

애기며느리밥풀에 비해 잎이 크고 넓으며

포가 달걀 모양인 것이 다름.

[이명] 새며누리밥풀

 

 

 

 

 

흰알며느리밥풀

Melampyrum roseum var. ovalifolium f. albiflorum (Nakai) T.B.Lee ex T.B.Lee & T.Yamaz.

 

산지(山地)에서 자라는 한해살이풀. 높이는 30~70cm.

잎은 마주나고 달걀 모양, 길이는 3~6cm.

꽃며느리밥풀에 비해 포에 털이 거의 없음.

8~9월에 개화. 한국 중부 이남, 동해안 지역에 분포.

학명은 꽃며느리밥풀의 변종인 알며느리밥풀의 품종임을 나타냄.

[이명] 흰바꽃, 흰꽃며느리밥풀

 

 

 

 

 

 

* 2012년 1월에 긴꽃며느리밥풀(Melampyrum koreanum K. J. Kim & S. M. Yun)이 신종으로 추가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