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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여름과 가을사이

미친년 치맛자락 같다는 왕고들빼기

 

 

왕고들빼기

Lactuca indica L.

 

들에서 자라는 국화과의 한두해살이풀. 높이 1∼2m.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지며 상처에서 흰 유액(乳液)이 나온다.

7∼10월 개화. 꽃(頭花)의 지름은 2cm 정도이다.

한국, 일본, 타이완 등지에 분포한다.

 

 

 

 

 

"우리 인간만이 생존 경쟁을 넘어서서 남을 무시하고

제 잘난 맛에 빠져 자연의 향기를 잃고 있다.

남과 나를 비교하여 나만이 옳고 잘났다고 뻐기는 인간들은

크고 작건 못생겼건 잘생겼건 타고난 제 모습의 꽃만 피워내는

야생초로부터 배워야할 것이 많다."

 -- 황대권 님의 '야생초 편지' 중에서 --

 

황대권 님은 그의 책에서 왕고들빼기를 야생초의 왕이라고 불렀다.

그 까닭은 환경이 좋은 곳에서는 2미터 가까이 자라는 훤칠한 키와

미친년 치맛자락 같이 찢어진 잎에서 풍기는 야성미,

많은 꽃을 피워 낙하산처럼 꽃씨를 날리는 왕성한 번식력이

야생초 중에서도 가장 야성적인 특징을 갖추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황대권 님은 '미친년 치맛자락처럼 찢어진 잎'이라고 하였지만,

 ‘야생초의 왕’이라고도 불렀고, 이름도 왕고들빼기라서 그런지

내 눈에는 이 풀의 잎에서 임금 왕(王)자가 먼저 들어왔다.

봄에는 잎이 王자가 여럿 모인 신라 금관 모양으로 왕성하게 자라고

가을에 꽃이 필 때는 줄기에 임금 왕자가 주렁주렁 달린다.

 

황대권 님은 80년대 중반에 조작된 '학생간첩단'사건에 연루되어

13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신 분으로,

이분이 옥중에서 쓴 편지로 엮은 '야생초 편지'는

책으로 출간되어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애독하고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도 18년간의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수많은 걸작들을 저술하였다.

만약 다산이 그러한 정치적 우여곡절을 겪지 않고 엘리트관료로서

순탄한 공직생활을 하였다면 그런 위대한 책들을 쓸 수 있었을까?

 

우리 역사상 최초의 어류도감이라 할 수 있는 자산어보도

다산의 형 정약전선생이 흑산도 유배생활 중에 쓴 것이다.

인도의 초대 수상 네루는 독립운동을 하면서 오랜 감옥생활을 했다.

그가 옥중에서 그의 딸에게 쓴 편지를 모은 책이 '세계사편력'이다.

네루는 옥중서신으로 딸에게 그의 세계관과 역사의식을 가르쳤다.

그는 감옥에서 딸 인디라 간디를 인도의 수상으로 만든 셈이다.

 

이러한 분들은 행동의 자유를 박탈당했을 때

오히려 사유(思惟)의 정원을 보다 넓고 더 아름답게 가꾸었다

우리는 지금 무슨 핑계를 대며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가....

 

 

2012. 12. 24.

꽃이야기 111

 

 

 

 

 

 

 

 

 

 

 

야생초편지의 출판 기획자 나무선 님,(왼쪽)

황대권님(가운데), 그리고 나

 

황대권 님을 만났을 때, '선생님은 살아오시면서 옥중에 계실 때만 돈 버신거지요?' 하고 농담삼아 물으면  '허허 그런 셈인가요..' 하고 웃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