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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1/언제나 어디서나

자리 짜던 할배와의 추억, 자리공

 

자리공

Phytolacca esculenta VanHoutte

 

산과 들에 자라는 자리공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m 정도.

전체에 털이 없고 뿌리가 비대하여 덩어리로 된다.

이 뿌리를 상륙(商陸)이라 하여 약용한다.

5~6월 개화. 한국(전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상륙, 장녹

 

 

 

 

 

 

자리공이라는 식물이 있다.

꽃도 이상하게 생겼고 덩치는 커서 호감이 가지 않은데다가

환경오염지표식물이라고 들은 바 있어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자리공이라는 이름부터 어떤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다.

 

사전을 찾다가 ‘자리틀’이라는 낱말을 보고는

문득 ‘아 그것이 아닐까?’하고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불과 반세기 전만하더라도 시골에서는 종이장판을 한 집이 드물었다.

거의가 볏짚을 엮어 만든 ‘자리’를 방바닥에 깔고 살았는데

이것이 오래 가지 못하다보니 몇 년마다 ‘자리’를 다시 짜야했다.

꼭 그런 자리뿐만 아니라 돗자리며 거적 같은 자리도 짜서 썼다.

 

(자리틀에서 볏짚으로 자리를 짜는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이런 ‘자리’를 짜는 틀을 ‘자리틀’이라 했다.

자리틀은 기둥 두 개 사이에 굵은 막대기를 걸쳐놓은 간단한 기구였다.

그 막대기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홈이 서른 개 정도 파져 있고

홈마다 노끈으로 서로 연결된 추 예순 개를 앞뒤로 걸쳐 놓았다.

돌이나 나무를 아령 모양으로 깎은 이 추를 ‘고드랫돌’이라고 불렀다.

 

자리틀의 가로로 걸쳐진 막대 위에 볏짚 한 가닥을 올려놓고

앞에 매달려 있는 서른 개 정도의 고드랫돌들을 뒤로 넘기고

뒤에 있는 돌들을 앞으로 가져오는 동작을 반복하면 자리가 짜진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자리공은 대부분 미국자리공이다. 꽃차례가 자리틀에 달린 고드랫돌처럼 보인다.)

 

자리공이 동글동글한 열매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모습은

자리틀에 고드랫돌이 가지런히 매달린 모양과 아주 닮았다.

화문석을 짜는 틀은 그 추의 간격이 촘촘해서 고드랫돌도 작았다.

그렇다면 자리공이라는 식물의 이름은 자리를 짜는 사람이나

자리 짜는 일에 비유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다다른 것이다.

 

대체로 농가에서 자리를 짜는 일은 노인들이 해야만 했다.

근력이 약한 노인들이 논일 밭일을 하기가 어려우니

자리틀 앞에서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자리 짜는 일을 맡았다.

그리 보면 이 자리공이란 고드랫돌을 많이 달고

자리를 짜는 할아버지를 연상하기에 충분하다.

 

자리공을 보면 꿈같은 추억에 빠져든다.

자리 짜시던 할배 옆에서 볏짚 한 올 한 올 얹어드리며

구수한 옛날이야기에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몰랐던 날들을....

 

 

2009. 8월에 쓴 글을 2012. 11. 19에 고쳐 쓰다.

꽃이야기 96

 

 

 

 

미국자리공

Phytolacca americana L.

 

북아메리카 원산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1.5m.

자리공과 다르게 열매 이삭이 익으면 옆으로 눕거나 처진다.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자리공은 대부분이 미국자리공이다.

6~9월 개화. 열매는 염료, 잉크 대용으로 쓴다.

한국에 귀화, 북아메리카 원산

 

 

 

 

 

 

섬자리공

Phytolacca insularis Nakai

 

울릉도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 높이 1~2m.

자리공에 비해 전체가 대형이며 꽃줄기가 곧게 선다.

5~6월 개화. 뿌리는 약용한다. 한국(울릉도) 특산.

[이명] 섬장록, 섬상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