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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제주도와 울릉도

헐떡거려야만 만날 수 있는 헐떡이풀

 

헐떡이풀

Tiarella polyphylla D.Don

 

산골짜기의 습지에서 자라는 범의귀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15∼30cm. 땅속줄기가 옆으로 자라고 잎이 뭉쳐난다.

5∼6월 개화. 한방에서 천식(헐떡이병) 치료에 사용한다.

한국(울릉도), 일본, 타이완, 중국, 히말라야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헐떡이약풀, 천식약풀, 산바위귀

 

 

 

 

울릉도에는 헐떡이풀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풀이 있다.

숨이 가빠서 헐떡이는 병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울릉도에서는 옛날에 천식을 ‘헐떡이병’이라고 부른 모양이다.

 

천식은 기관지에 경련이 일어나는 병으로서,

숨이 가쁘고 기침이 나며 가래가 심한 증세가 있는데,

의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천식의 완치는 어렵다고 한다.

 

헐떡이풀이 천식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연구된 자료도 없고 임상실험을 한 결과도 없다.

이 풀은 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에만 자생하는데다가

개체수도 별로 많지 않아서, 요즘처럼 정보와 교통이 발달한 시대에

약효가 부풀려진 소문이라도 나면 멸종을 면하기 어렵다.

어떤 권위 있는 분이 헐떡이풀은 요즘 나오는 약들에 비해서

헐떡이병에 효과가 별로 없다고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헐떡이풀은 헐떡거리며 만나는 풀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 풀을 만나려면 울릉도 도동항에서 높은 성인봉을 넘어가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헐떡거리며 만난다는 말이 맞기도 하다.

 

요즘은 이 풀을 헐떡거리지 않고도 만나기는 한다.

울릉도 도동항에서 버스를 타고 나리분지로 가서

성인봉(해발 983m) 등산로를 따라가면 되기 때문이다. 

 

울릉도는 여러 번의 화산활동으로 이루어진 섬으로서,

수 차례의 화산활동으로 해저에 순상대지가 생긴 위에

약 만 년 전의 화산활동으로 나리분지가 생겼고,

6300여 년 전의 화산 폭발로 알봉분지가 생겼다고 한다.

나리분지와 알봉분지는 아령모양으로 연결된 두 개의 분화구다.

 

이 두 분지는 울릉도 특산식물의 식물원이다.

울릉도의 식물을 탐사하려면 나리분지에 숙소를 정하고

이곳을 중심으로 주변을 탐사하면 덜 헐떡거려도 된다.

 

헐떡이풀이 헐떡이병에 효과가 있다는 구전보다는

헐떡거리며 찾아가는 풀이라고 해야 이 풀의 안부가 온전할 것 같다.

자동차와 도로가 없었던 옛날에는 헐떡거리고 나서야 만났으니까.

 

 

 

2012. 11. 19. 꽃이야기 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