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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제주도와 울릉도

슬픈 전설의 꽃, 문주란과 토끼섬

 

문주란

Crinum asiaticum var. japonicum Baker

 

제주도 해변의 모래땅에 자라는 수선화과의 상록 여러해살이풀.

높이 60~70㎝. 7~8월 개화. 관상용, 잎은 약용한다.

한국(제주), 일본에 분포한다.

[이명] 문주화, 천리향

 

 

 

 

먼 옛날 제주도 바닷가에 할머니와 손자, 단 둘이 살았다.

평생 해녀로 살아온 할머니는 늘 바다에 가서 물질을 했고

다섯살박이 손자는 바닷가에서 놀면서 할머니를 기다렸다.

손자는 할머니와 만 년을 같이 살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할머니는 나이 탓으로 날로 쇠약해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는 영원히 눈을 감았다.

그러나 만년을 같이 살자던 손자의 말이 끝내 잊히지 않아

할머니의 혼백은 바닷가의 작은 섬을 떠나지 못하고 맴돌다가

뿌리가 생기고 잎과 줄기가 나서 하얀 꽃을 피웠다.

 

 

이 전설의 꽃이 바로 문주란이고 이 섬에 하얀 꽃이 만발하면

마치 토끼떼처럼 보여서 토끼섬이 되었다고 한다.

천천히 걸어도 십 분이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이 작은 섬에는

문주란과 해녀콩이 많이 살고 있어서 이 전설이 참 그럴싸하다.

 

사실 이 두 가지 식물은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해류를 타고

그 종자가 제주도까지 흘러온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문주란은 꽃이 아름답고 향기가 좋아 관상용으로 인기가 많았고

진통 및 해열 효과와 종기와 어혈 치료제로 쓰였기 때문에

한때는 무분별한 채취로 거의 멸종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그 시절 이 식물과 같은 여성 인기가수의 이름 때문에도

문주란이 더욱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는지는 모르겠다.

 

 

1962년에 문주란이 천연기념물 19호로 지정되고

거센 파도와 바람으로부터 문주란을 지키려고

섬 둘레에 현무암 돌담을 쌓는 등의 노력 덕분에

토끼섬의 문주란은 그런대로 옛 모습을 되찾았다.

 

아무튼 사람들의 삶에 여유가 생길수록

보기에 좋은 식물들의 삶은 고달파진다.

만년을 같이 살자고 한 어린 손자의 소원처럼

토끼섬의 문주란이 잘 살아줬으면 좋겠다. 

 

 

2012. 12. 5. 꽃이야기 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