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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제주도와 울릉도

제주 해녀들의 애달픈 노래, 해녀콩

 

해녀콩

Canavalia lineata (Thunb.) DC.

 

바닷가 모래땅에 자라는 콩과의 덩굴성 여러해살이풀.

6~8월 개화. 꽃의 지름 25mm 가량. 열매의 길이 5~6cm.

제주도 해안, 일본, 타이완 등지에 분포한다.

* 제주도의 해녀콩은 열대, 난대에 자라는 해녀콩의 열매가

바닷물에 떠내려 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주도는 바람, 돌, 여자가 많다하여 삼다도(三多島)라 부른다.

아무리 별난 땅이라도 남녀가 다른 비율로 태어날 리가 없는데,

제주도에만 여자가 많기로 알려진 까닭이 늘 궁금했었다.

 

나라에 전란이 오래 지속되면 남자가 크게 줄어들기는 하지만,

그것은 제주도에만 해당되는 현상은 아닐 터이다.

평생 제주도에 살아오신 분의 이야기에 의하면,

남자들은 주로 밤에 고기잡이를 다녀와서 낮에는 집안에서 쉬어야했고,

그러다보니 낮에는 여인들이 훨씬 많이 보였을 것이라고 한다.

(해녀콩이 자생하는 토끼섬 앞의 해녀상)

 

제주 해녀들 사이에 전해온다는 ‘해녀 아내의 노래’를 들어보면,

또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그 노래의 가사는 이렇다.

 

요 바당에, 요 물에 들언 (여기 바다에, 여기 물에 들어가서)

좀복, 구젱기, 고득하게 잡아당 (전복, 소라, 가득하게 잡아다가)

혼 푼, 두 푼, 모이단 보난 (한 푼, 두 푼, 모이다 보니까)

서방님 술깝에 몬딱 들어 감쩌. (남편의 술값에 모조리 들어가더라.)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시대 어느 지방을 막론하고

 여인들의 삶이 참으로 고달팠던 역사가 있었다.

이런 노래를 들으면 제주 해녀의 삶도

그러한 옛 삶의 모습에서 예외가 아니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토끼섬의 해녀콩)

 

제주의 바닷가에서 이따금 만나는 해녀콩을 보노라면

그녀들의 고달픈 삶이 떠올라 더욱 가슴이 저민다.

해녀들이 원치 않는 아이를 가지게 되면 이 콩을 한 됫박 먹고

아기를 지웠다해서 해녀콩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어떤 시인은 해녀들이 물질하러 갈 때 바닷가에 뻗은 해녀콩 덩굴이

지운 아기의 탯줄처럼 발목을 감는다는 슬픈 시를 쓰기도 했다.

이리도 애달픈 사연들을 제주 바다도 모를 리 없건만

언제나 파도는 무심하고 물빛은 청정하기만 하다.

 

 

2012. 8. 13. 꽃이야기 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