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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들이 2/높고 깊은 산에서

볼수록 젊어지는 꽃, 연령초

 

연영초

Trillium kamtschaticum Pall. ex Pursh

 

깊은 산 숲 그늘에서 자라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 40cm 내외.

주변 습도가 높거나 개울가 반음지, 부엽질이 풍부한 곳에서 자란다.

속명 ‘Trillium’에서 볼 수 있듯이 잎, 꽃받침, 꽃잎이 모두 3개씩이다.

5~6월 개화. 식용, 약용으로도 쓰인다.

한국(중부 이북), 일본, 사할린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연령초, 왕삿갓나물, 큰꽃삿갓풀, 큰연령초, 큰연영초

 

 

 

 

 

언젠가 원로 국문학자이신 모산(茅山) 선생께서

 ‘연령초(延齡草)’라는 이름의 의미를 궁금해 하셨다.

농담 삼아 ‘그 풀을 자주 보면 젊어진다는 뜻이 아닐는지요?’ 했더니,

‘그 꽃을 볼 때마다 젊어진다면 그만큼 나이가 연장되겠고

그래서 글자 그대로 "나이를 연장하는 풀" 곧 ‘연령초’라 한 모양이구나’

하면서 어설픈 농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셨다. 

 

사실 그분은 우리 국명을 ‘연영초’로 표기한 것이 못마땅해서

「‘연령초’인가 ‘연영초’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쓰던 참이었다.

이 이름에 대한 그분의 글을 발췌해서 옮겨 보았다.

 

「그런데 연령초를 두고 하나 유감인 것은 이 꽃을 많은 분들이

‘연영초’라 부른다는 사실입니다. 延齡이면 ‘연령’이라 읽는 게 맞겠지요.

年齡을 ‘연영’이라 하지 않고 ‘연령’이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妙齡의 아가씨’를 ‘묘영의 아가씨’라 하지도 않지 않습니까?

국어사전에도 ‘연령초’로 되어 있기도 하지만 너무나 뻔한 것을

왜 그리도 많은 사람들이 잘못 표기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글 말미에 이런 재미있는 구절도 있다.

「‘연령초’라 쓰면 젊어지지만 '연영초'라 쓰면 안 젊어진다더라」

내친김에 그분이 연령초를 만난 느낌을 쓴 부분을 옮겨본다. 

 

 

 

「사실 숲속에서 연령초를 보게 되면 가슴이 확 트이는 기분이 들지요.

이 무렵 다들 납작하게 땅에 붙어 보일 듯 말 듯 웅크리고 있는 꽃만

보다가 늠름하고 의젓한 모습으로 환하게 다가오는 연령초를 보면

눈이 번쩍 뜨이면서 가슴이 확 트이지 않습니까? 하긴 어느 꽃이나

만날 때마다 우리를 젊어지게 해 주지만 연령초는 그 중에서도 우리를

젊음으로 이끌어 주는 꽃으로 대접해 마땅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글을 읽으면 연령초에 대한 모든 것이 머릿속에 쏙 들어온다.

연령초에 대해서는 더 이상 사족을 달 것이 없으니,

나는 ‘큰연령초’의 이름에 대해서 약간 시비를 걸고 싶다.

 

큰연령초는 울릉도와 금강산에 자생한다고 알려진 식물로,

연령초와 아주 비슷하지만, 씨방이 검다는 점이 확연하게 다르다.

큰연령초는 그 이름처럼 연령초보다 전혀 크지도 않을뿐더러,

같은 지역에 있지도 않으므로 크기를 비교해 볼 수도 없다.

 

그렇다면 가장 큰 차이점인 씨방의 색깔을 부각시켜서

‘흑연령초’나 ‘검은연령초’라고하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게 무의미한 꽃 이름들 때문에 나 같은 문외한이

꽃 이름을 제대로 알기까지는 여간 고생이 아니다.

 

 

2013. 2. 1 꽃이야기 137.

 

 

 

 

큰연영초

Trillium tschonoskii Maxim.

 

연령초와 닮았으나 가운데 씨방이 검은색이다.

한국(울릉도, 금강산), 일본, 중국 동북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 연령초와 큰연령초의 사진과 설명이 뒤바뀌어 서술된

자료들이 많다. ‘큰’이라는 모호한 접두사 대신 필자의 의견대로

‘검은연령초’라고 명명했더라면 이런 혼란이 생길 수가 없다. 

[이명] 연령초, 연영초, 큰연령초, 흰삿갓나물, 흰삿갓풀

 

 

 

 

삿갓나물

Paris verticillata M.Bieb.

 

깊은 산지에 나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5~7월 개화.

연령초와는 다른 속의 식물이나, 연령초의 이명으로 삿갓나물이

쓰이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면이 있다. 연령초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나 연령초가 보다 습기가 많은 곳에서 발견된다.

한국(전역), 일본, 중국, 사할린 등지에 분포한다.

[이명] 삿갓풀(북한명), 자주삿갓풀, 자주삿갓나물

 

 

 

 

검은삿갓나물

Paris verticillata var. nigra Y.N.Lee

 

삿갓나물과 비슷하나 전초가 검은빛이 도는 자주색이다.

한라산, 지리산, 소백산 등의 높은 산에서 드물게 발견된다.